웃을 일 없어도 웃어 보세요, 인생이 달라집니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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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9호 22면

주선희 교수는 입에 연필을 물고라도 웃는 표정을 연습하라고 조언한다. [중앙포토]

“좋은 일이 있어야 웃지, 요즘 같아서는 웃을 일이 없어요”라고 말하는 사람이 있다. 사는 게 어려워지면 ‘마음에서 우러나오는 웃음’이 적어지는 게 사실이다. 하지만 마음이 움직이지 않더라도 그 마음을 움직여 보려는 노력으로 웃음을 만들다 보면 정말로 웃을 일이 생기는 것이 바로 얼굴경영의 묘미다.

기고 - 주선희 원광디지털대 얼굴경영학과 교수

얼굴경영은 얼이 머무는 동굴을 경영한다는 뜻이다. 마음을 경영하고 마음을 성형해야 얼굴경영이 된다. 좋은 인상은 나쁜 인상보다 연봉이 높다든지, 판사가 내리는 형량이 낮다든지, 나쁜 인상에 비해 좋은 인상이 머리가 좋다든지 등등 인상에 관한 논문이 세상에 소개된 지는 이미 오래다.

좋은 인상이란 간단히 말해서 ‘웃는 인상’이다. 좋은 인상이 되려면 식사도 맛있게 하고 일도 즐겁게 하는 등 생활 속에서 ‘재미와 웃음’을 추구해야 한다. 그 생활의 표정이 쌓여서 얼굴에 탄력이 생기고 얼굴빛이 밝아진다. 웃음으로 운명을 바꾼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필자가 강의하는 얼굴경영학과의 학생들이 바로 그 산 증거다. 300명 학생들의 입학 당시 사진을 보면 재학 중의 얼굴과 사뭇 다르다. 학생들은 얼굴경영을 배우면서 스스로 경영을 실천하려 애쓰고 있기 때문이다.

입학 당시 가정적으로 불운했던 어느 남학생이 있었다. 늘 수심이 드리워져 있었고 병도 있어 보이는 어두운 얼굴이라 얼굴을 볼 때마다 적잖이 염려되었다. 하지만 그는 주변에서 마음경영의 증거들을 보면서 스스로 확신을 갖고 많이 웃으려 노력했다. 그는 지금 재혼했고 진급했으며 웃는 얼굴이 멋진 미남이 되어 학생들 사이에서 높은 인기를 누리고 있다.

필자가 사는 아파트에는 15년째 청소관리를 책임 맡아온 아주머니가 있었다. 늘 생글생글 웃으면서 일해서 볼 때마다 기분이 좋아지곤 했었다. 강연 중에 가끔씩 그 아줌마를 모델로 얘기를 하곤 했는데 어느 날 만난 그녀의 표정이 웃음이 싹 사라지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늘 웃던 분이 갑자기 얼굴이 왜 그러세요? 그러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기는데…” 했더니 남편이 등산 중 실족으로 졸지에 세상을 떠나 매일 울며 지낸다고 했다. 표정이 어두워지다 보니 불운이 겹쳐 청소관리를 하는 자리에서도 쫓겨나게 됐다. 기분이 좋다는 것은 기의 분산이 잘된다는 뜻이다. 기의 분산이 잘되면 에너지가 넘쳐나고 행운이 찾아오게 마련이다. 슬퍼하면 기가 흩어지고 삶을 하직하면 기가 사라진다. 기가 흩어진다는 것은 시간문제이긴 하나 기가 사라지는 쪽으로 가는 것이다. 살아도 죽은 것과 진배없이 지내게 된다.

한 정신과에서 생긴 일이다. 정말 불행해서 죽고만 싶다는 환자에게 어느 날 의사는 상복을 입고 나타났다. 웬일이냐고 묻는 환자에게 그는 ‘바로 당신의 심리상태’라고 했다. 그러자 환자는 웃음을 터트렸다. 웃음은 환자와 의사의 관계에 다리를 놓았고, 마음을 열고 대화를 하면서 환자의 증세가 호전됐다고 한다.

모 대기업 회장의 경우 회사와 가정에 어려움이 있을 때는 얼굴이 많이 처진 듯 탄력이 없었다. 그런데 그 후 그 회사와 관련해 사회적으로 시끄러운 문제가 또 생겼을 때 그의 얼굴을 보니 탄탄한 탄력이 있었다. 밖에만 요란한 사건이었지 사실 개인적으로는 손해 본 게 아니라는 뒷소문이 있었다. 잘나가는 기업의 CEO들을 보면 얼굴에 탄력이 있다. 웃음 근육을 쓰지 않아 얼굴 탄력이 떨어질 땐 기업에도 어려움이 닥쳐 타격이 온다. 기업의 흥망성쇠는 곧 CEO의 얼굴 안에 있는 것이다.

개인도 마찬가지다. 자기 인생의 희로애락이 얼굴의 밝기와 탄력에 달려 있다. 정 웃을 일이 없거든, 거울 속 자신을 들여다보면서 억지로라도 입꼬리를 끌어올려 웃는 표정을 자주 지어줄 필요가 있다. 그도 어렵다면 깨끗한 연필을 위아래 치아 사이에 물고 있어보자. 영국의 어느 심리학자가 이렇게 연필을 입에 문 사람들 한 팀과 물지 않은 사람들 한 팀에게 즐거운 영상과 슬픈 영상을 보여주었더니, 입에 연필을 문 사람들은 즐거운 영상을 더 많이 기억했다고 했다. 이렇게 입이 웃게 되면 우리는 웃을 일 쪽에 더 가까이 가게 되고 마침내 세상이 우리와 함께 웃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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