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인] 시청률 1위 MBC '허준'의 전광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6면

MBC특집기획드라마 '허준' 의 인기가 대단하다. 지난 연말부터 시청률이 가파르게 상승하더니 새해들어 이틀 연속 40%를 넘겼다.

어느정도 예견된 인기이긴 하다. 허준 이야기는 다섯번이나 극화됐을 만큼 구조가 재미있고 탄탄한데다 이병훈(연출).이순재.이희도.정혜선(연기) 등 내로라하는 사극 전문가들이 총출동한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그런만큼 허준역을 맡은 전광렬은 신경이 더욱더 쓰일 수 밖에 없다. 음악으로 치면 단조풍의 눈빛을 가진 전광렬은 연기에 냉정함, 고독, 우울, 여백미가 우러나는 '도시 부르조아' 적 이미지의 배우였다.

그런 그가 서자 출신으로 갖은 고생끝에 어의(御醫)자리에 오르는 허준역을 어떻게 소화해낼지 관심거리였다. 결과는 과거 이순재나 서인석이 보여준 선 굵은 연기와는 또 다른 포즈로 허준을 묘사하는데 성공했다는 평. 카리스마는 떨어지지만 허준을 심지 곧고 고뇌하는 인간형으로 침착하게 풀어내고 있다는 것이다.

"허준은 사실 저와 맞는 부분이 많아요. 흔히 인술의 대부로 묘사되지만 한편으론 정상에 오르기 위해 몸부림치며 무수한 인간적 굴곡을 아로새긴 인물이예요. 여태껏 드라마에서 조명하지 못했던 그 면모를 보여주려 애쓰고 있습니다. "

그같은 허준관은 오랜 신산(辛酸)끝에 스타 대열에 오른 자신의 이력과 무관치않다. 80년대 연기생활을 시작한 전광렬은 10년 넘게 무명 탤런트로 설움을 겪었다.

'지리산' 등 몇몇 드라마에 주연으로 발탁됐지만 별 반응을 얻지못해 단역 전문으로 굳어갔다. 안되겠다 싶어 사업에 나섰다가 되레 빚만 지고 단칸방에 살며 담배를 꿔 피울만큼 가난에 시달렸다.

"입술을 깨물었던 시절이었죠. 그때 고생이 지금 연기에 가장 큰 밑거름입니다. " 94년 '종합병원' 으로 처음 발판을 마련한 그는 절차탁마의 심정으로 연기에만 매달렸고 점차 인정을 받았다.

"연기자는 무엇보다 자신을 참으로 사랑하고 믿어야 합니다. 그래야 목표가 생기고 정진할 수 있습니다. 허준이 바로 그런 인물이었습니다. 대사 한마디, 표정 하나라도 열심히 하는 순간 저는 바로 그가 되죠. "

그는 드라마가 최고 시청률(44%)을 기록한 4일 과로로 쓰러져 링거주사를 5시간 동안 맞아야 했다. 하지만 인터넷의 '허준' 사이트에서 "역경을 딛고 서는 장면마다 큰 감동을 받는다. 열심히 살겠다" 는 시청자들의 메일을 읽고 힘을 차렸다.

그는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허준' 을 많이 봐줬으면한다" 고 힘줘 말했다.

강찬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