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기업 국내진출 전망] 항공·벤처분야 올해 집중투자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7면

올해도 외국 기업의 국내 진출이 밀물을 이룰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들의 역차별 시비를 부를 만큼 투자환경이 개선된데다 자동차.항공.벤처 분야에 대규모 합작투자가 예고된 상황이다.

산업자원부는 올해 외국인 직접투자가 사상최대였던 지난해(1백55억달러)보다 많은 1백60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6일 추정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수출산업과 국내에서 독과점적인 시장구조를 가진 업종, 그리고 연구개발(R&D)분야에 외국인 투자가 크게 늘어날 것" 이라고 내다봤다.

◇ 올해 전망〓영국의 항공기 제작사인 브리티시 에어로스페이스 (BA

e)는 상반기 중 현대우주항공의 지분을 51% 이상 매입해 경영권을 인수할 계획이다.

이 계약이 성사되면 BAe는 항공 통합법인의 지분 33%를 보유하고 있는 현대우주항공을 통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주요 주주로 발돋움하게 된다.

BAe는 또 항공 통합법인의 경영권 인수를 위해 한국항공우주산업의 지분 추가 인수에도 관심을 갖고 있다.

미국 GM의 대우자동차 인수 여부도 곧 판가름나고 삼성자동차의 해외 매각도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GM이 대우차를 인수할 경우 국내 자동차 업계는 외국자본의 영향력 아래 들어가느냐, 독자적인 경쟁력을 구축하느냐의 갈림길에 서게 된다.

또 대만의 투자개발은행인 CDIB가 2억달러, 일본의 소프트방크가 1억달러를 각각 국내 벤처기업에 투자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KDI의 김승진 박사는 "외국인의 투자비중이 91~96년 선진국은 총자본 대비 3.2%, 개발도상국은 6.4%인데 비해 한국은 0.9%에 불과했다" 며 "향후 2~3년간은 외국기업의 한국투자가 계속 증가할 것" 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중국의 세계무역기구 (WTO) 가입으로 한국은 앞으로 외자유치를 둘러싸고 중국과 힘겨운 경쟁을 벌일 가능성이 높아졌다.

지난해 11월 홍콩의 파이스턴 이코노믹리뷰의 설문조사에서 투자 대상국으로 한국을 꼽은 경우는 18%로 아시아.태평양 국가들 중 10위에 그쳤다.

외국인들은 외국인투자촉진법과 신규투자에 대한 법인.소득세 7년 공제 등 적극적인 외자유치 정책에도 불구하고 ▶상대적인 고임금▶각종 규제▶높은 부동산가격▶안보 문제 때문에 한국 진출에 부담을 느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파업보상권과 수출독점권 등 외국기업의 무리한 요구도 거세질 전망이다.

◇ 지난해 결산〓산업자원부에 따르면 한국은 지난해 세계에서 14번째로 외국인투자가 많았다. 아시아에서는 싱가포르.태국을 제치고 중국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투자 건수도 2천86건으로 외국인 투자가 중소기업 분야에까지 골고루 확산됐다.

특히 필립스-LG LCD의 합작과 발레오-만도기계 합작을 비롯해 다국적기업이 한국을 아시아의 생산거점으로 활용하기 위한 지역거점형 대형 투자가 두드러졌다.

듀폰과 바스프 등은 장기적인 투자전략아래 연구개발 투자에도 힘을 쏟고 있다.

국내 외국기업의 덩치도 부쩍 커져 한국 바스프와 모토롤라 코리아.노키아 등이 매출액 1조원을 넘어 국내 50대 기업에 진입했고, 16개의 외국계 기업이 전경련 회원으로 가입했다.

지난해 외국계 기업의 수출(1~11월)도 36억7천9백만달러로 전체 수출(1천2백87억7천만 달러)의 2.9%를 차지했다.

산업자원부 이종근 투자진흥과장은 "외자 1억달러당 9백73명의 고용증대 효과가 있어 지난해 1년동안 14만여명의 새로운 일자리가 생겨난 것으로 분석된다" 고 말했다.

외자유치 확대는 원리금 부담없는 양질의 자금조달을 통한 기업의 재무구조 개선과 함께 경영의 투명성 확보, 신기술 도입이란 긍정적인 측면을 갖고 있다.

그러나 채소 종자.신문용지.위스키 시장 등 외국기업의 시장점유율이 70%를 넘는 독과점에 대한 우려와 함께 한꺼번에 많은 외화자금이 드나들면서 환율관리에 부담을 주고 있기도 하다.

최준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