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현장 이문제] 용인 상미마을 지하차도 '공포의 도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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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5일 오전 8시10분. 경기도 용인을 지나는 경부고속도로 하행선 29㎞ 지점 지하차도(일명 굴다리).

구갈택지지구 앞 23번 지방도(분당~오산)에서 경부고속도로 지하차도로 진입한 승합차가 좌측으로 핸들을 틀자마자 미끄러지면서 기우뚱거리다 가까스로 멈춰선다.

무심코 뒤따라 가던 검정색 승용차 2대가 사고 승합차와의 추돌을 피하려다 지하차도 끝부분에 있는 웅덩이에 빠져 버렸다.

운전자 朴모(48.회사원)씨는 한동안 탈출을 시도해보지만 역부족이다.

삽시간에 42번 국도(수원~용인)에서 상미마을 앞 도로를 타고 온 출근 차량 30여대와 23번 지방도(분당~오산)에서 지하차도로 진입하려는 차량 20여대가 뒤엉키면서 꼼짝달싹 못한채 늘어서 있다.

주민 朴모(48.과일상)씨는 "빙판길 교통사고로 도로 전체가 마비되기 예사며 특히 야간.초행운전자들에겐 공포의 도로가 되고 있다" 고 말했다.

이처럼 매일 아침 이 지역에서 출근길 전쟁이 되풀이되는 것은 문제의 지하차도 곳곳이 움푹움푹 패인데다 지하수나 인근 주택에서 배출된 생활하수가 스며들어 사방이 빙판길로 변한 탓이다.

뿐만 아니다.이 곳은 장마철이 되면 배수시설이 없어 지하차도 바닥에서 1m이상씩 각종 오수 등 물이 차오르기 일쑤다.

'겨울철엔 빙판길, 여름철엔 수중길' 이 되고 있으며 날이 갈수록 그 정도가 심해지고 있는 것이다.

이와 관련, 상미마을 등 인근주민 3천여명은 용인시와 한국도로공사 등에 대책을 요구해 왔다.그렇지만 이들 단체는 "우리 관할이 아니다" 라는 주장만 계속해 애꿎은 주민들과 운전자들만 골탕을 먹고 있다.

문제의 지하차도와 주변 도로는 1996년까지만 해도 주로 신역동마을 주민들이 이용하던 한적한 도로였다.

그러나 구갈.상갈지구가 개발되고 신갈오거리의 차량 통행량이 폭증하면서 신갈오거리를 피해 지름길인 이 지하차도를 이용하는 주민들이 급증하고 있다.

주민 김광열(金廣烈.49)씨는 "용인시와 도로공사에 수차례 민원을 제기했으나 땜질식 공사를 하거나 책임회피에만 급급하고 있다" 며 분통을 터뜨렸다.

이에 대해 용인시 관계자는 "지대가 낮아 주변의 오.하수가 스며드는 지역적 특성이 문제" 라며 "동절기가 지나면 도로공사측과 협의를 거쳐 배수시설을 갖추도록 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정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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