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천년을 달린다] 한승주 (주)새농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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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농산물시장 개방 파고를 맛깔나는 토종(土種) 유기(有機)농산물로 헤쳐나겠습니다. "

유전자 변형 농산물이 사회적 이슈로 떠오르고 있는 요즘 유기농산물 생산.판매업체인 ㈜새농 한승주(韓承柱.39)대표의 새해 다짐은 그 어느 때보다 다부지다.

서울 가락동 농수산물시장내 유기농산물 물류센터와 강남구 삼성동 소재 슈퍼마켓 '새농마트' 를 함께 운영하고 있는 그는 올해안에 자신의 회사를 국내 최대 유기농산물 회사로 키우겠다는 각오다.

"환경오염에 대한 우려로 국내 유기농산물 시장은 해마다 25%이상씩 늘어나고 있습니다. 동네 슈퍼에서도 편리하게 살 수 있게 하고 작게 포장해 브랜드화한 것이 주효했죠. "

유기농산물이 일반 농산물보다 다소 비싼 것이 흠이지만 중산층이상의 30.40대 단골 주부가 많다는 것이 韓대표의 귀띔.

전남 나주 출신으로 입학 19년만인 올해 연세대 경제학과를 졸업하는 늦깍이 대학생인 그가 유기농산물과 인연을 맺기까지는 많은 인생역정이 있었다.

암울했던 80년대 대학시절 소위 운동권학생으로 수배와 투옥의 아픔을 겪었고, 이어 인천.마산 등 노동현장의 직업운동가로 활동하는 등 격동의 세월을 겪었다.

"생명이 꿈틀거리는 '땅' 에서 비로소 삶의 희망을 찾아냈다" 는 韓대표는 경실련 산하 유기농산물 단체에서 일한 것이 인연이 돼 지난 96년 ㈜새농유통을 설립, 유기농산물 유통사업에 뛰어들었다.

이때 팔당상수원 유기농업운동본부의 1백20여 유기농가가 큰 힘이 됐으며, 당시 이 회사의 비상근 이사로 활동했던 김성훈(金成勳) 현 농림부장관의 도움도 컸다.

가락동 상인들의 강한 반발 등 우여곡절을 겪기도 한 韓대표는 지난해말 그간 체계적이지 못했던 계약재배 방식에 손을 대는 등 제2창업에 나섰다.

소비자들로부터 미리 주문을 받는 예약재배방식을 도입해 생산량을 정한뒤 충남 홍성.당진 일대 1백만평의 옥토를 선정, 올 가을 80㎏짜리 2만여가마를 수확하는 대형 프로젝트를 추진중이다.

이 회사는 쌀이외에도 상추.감자 등 우리 먹거리를 비료나 농약을 전혀 쓰지않는 유기농법으로 계약재배해 전국에 공급하고 있다.

특히 이 회사의 유기재배 '새농쌀' 과 무농약재배 '오리쌀' 은 가장 인기있는 상품. 여기에다 각종 채소류 등의 판매액을 합쳐 지난해 70억원의 매출실적을 올린 새농은 올해 1백20억원의 매출을 내다보고 있다.

그의 또하나 새천년 프로젝트는 인터넷 전자상거래. 오는 4월쯤 소비자와 생산자를 직접 연결하는 사이트를 만들어 싸고 질좋은 유기농산물을 널리 보급할 생각이다.

지난해 여름 상추값 폭등 때도 소매점 등에 정상가에 판매할 정도로 소비자의 '믿음' 을 중요시하는 그는 "우리 먹거리를 지켜나가는 것은 후손들에 물려줘야할 양보할 수 없는 유산" 이라고 강조했다.

이형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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