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 “세종시 끝장토론을” 총리 “빨리 하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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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부터 국회 대정부 질문이 시작됐다. 정운찬 국무총리가 자유선진당 류근찬 원내대표의 비교섭단체 대표 발언을 들으며 생각에 잠겨 있다. [김형수 기자]

5일 국회의 정치분야 대정부 질문에선 세종시 논란을 놓고 태그 매치가 벌어졌다. ‘정운찬 총리+한나라당 친이명박계’가 한 팀이고,‘야당+한나라당 친박근혜계’가 상대팀이었다.

한나라당 친이계인 공성진 의원은 “세종시는 2005년 당시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모두 충청 표심을 의식한 정략적 타협의 산물이라는 견해를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고 정 총리는 “견해에 동의한다”고 답했다. 공 의원은 “지금과 같은 9부2처2청을 골자로 한 행정중심복합도시 추진은 근시안적 처분이며 명백한 수도분할”이라며 “국회가 상시국회가 되면 행정 비효율 문제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친이계 정태근 의원은 “2005년 당시 한나라당에서 재적 과반수도 안 되는 찬성 표결로 (세종시) 당론이 결정됐고, 소속 의원 8명만이 찬성한 법률에 대해 새롭게 출발한 이명박 정부와 18대 국회가 세종시 수정을 논의하는 것은 너무나 정당한 권리이며 당의 존립과는 아무 상관없는 건강한 문제 제기”라고 말했다. “세종시는 당의 존립에 관한 문제”라고 했던 박 전 대표의 발언을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다. 같은 당 이은재 의원도 “세종시는 시작부터 잘못 꿰어진 단추로서 ‘노무현 대못질’에 불과하다”며 “세종시를 교육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브랜드 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반면 민주당 김영진 의원은 “총리는 자신이 새 구상을 한 것처럼 말하지만 이명박 대통령 후보 시절의 공약에 세종시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사업이 각각 나와 있다”며 “총리는 비즈니스벨트가 세종시의 대체안이라는 착각을 하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자유선진당 박상돈 의원은 “세종시 건설이 국가 정체성을 훼손한다든가 수도분할이란 시각에서만 바라보는 사람들은 극단론자들인데, 정부가 이들에 휩싸여 어리석은 정책적 판단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친박계 조원진 의원도 “총리는 독일 정부의 베를린 이전 실패 사례를 자꾸 예로 드는데 본 인구가 31만 명이고 서울은 1000만 명이며, 거리도 본~베를린은 600㎞지만 서울~세종시는 120㎞밖에 안 된다. 비교 대상이 못 된다”고 몰아세웠다. 공주 출신인 한나라당 정진석 의원도 “총리가 어제 로드맵 발표 때 대안은 갖고 있지 않다고 말한 것은 너무 무책임한 태도”라고 비판했다.


◆정운찬 “양파 총리라는 데 정말 억울”=이날 국회 실전 무대에 본격 데뷔한 정 총리는 의원들과의 토론에서 밀리지 않겠다는 의욕을 보였다. 민주당 박병석 의원이 “세종시 문제와 관련해 일대일 끝장 TV 토론을 하자”고 제안하자 정 총리는 “될 수 있으면 이른 시일 내에 하겠다”고 응수했다. 박 의원이 “총리는 박근혜 전 대표도 설득하겠다고 했는데 뭘 모르니 가르치겠다는 우월의식이 깔려있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자 정 총리는 “용어가 잘못됐다. 취소하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박상돈 의원에게 “국회에서 장관들 나와서 대답하게 하지 마시고 실무 국장 좀 부르시죠”라고 말했다가 사회를 보던 이윤성 부의장으로부터 “국회를 경시하는 듯한 태도”라는 지적을 받기도 했다. 야당의 도덕성 문제 제기에 대해선 “저를 양파 총리라고 하는데 정말 억울하다. 과거사를 전부 들춰놓고 하루에 하나씩 하니까 양파처럼 보이지만 일생 동안 부끄러운 일을 한 적은 없다”고 항변했다. 

김정하·선승혜·허진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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