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큰 고비 넘은 국내 상황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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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곳곳에서 Y2K(컴퓨터 2000년도 인식 오류)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우려됐으나 새해 첫 이틀은 별다른 사고없이 지나갔다.

1일 0시를 지나면서 통신.원전.교통 등 분야별 '안전' 선언이 이어졌고, 정부도 4일 Y2K 문제 해결을 공식 선언하는 데 문제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 역시 비슷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난 이틀간 대부분 기업들이 컴퓨터나 각종 자동화설비를 꺼 두었고, 가동하더라도 수작업으로 처리해 온 만큼 정작 문제는 3일 이후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다는 지적도 많다.

'Y2K 합격' 을 선언하기 위해서는 좀더 두고봐야 한다는 것이다.

국내 Y2K 전문 소프트웨어 업체인 DSI사 관계자는 "중소기업이나 가정용 PC의 경우 6일 이후에도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고 지적했다.

PC를 켰을 때는 물론 Y2K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자료가 외부로부터 입력될 때 장애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다는 설명이다.

PC분야 Y2K 전문 용역업체인 컴닥터119의 이병승(李秉丞)사장은 "미국의 가트너 그룹은 Y2K 문제의 10%가 1월 둘쨋주 안에 발생할 것으로 전망했다" 고 지적하고 "국내는 30%가 1월 중 발생할 것" 이라고 내다봤다.

정보통신부 변재일(卞在一)정보화기획실장은 이에 대해 ' "큰 문제가 모두 풀린 만큼 국민 생활에는 불편이 없을 것" 이라며' "몇몇 사소한 문제의 발생이 보고되고 있지만 지금까지 Y2K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곳은 어차피 시간을 두고 차근차근 풀어나갈 수밖에 없다" 고 말했다.

한편 지난 1년여 동안 정부와 기업들이 준비작업을 해 오면서 얻은 점도 적지 않다.

무엇보다 디지털 사회로의 진입을 위한 국민의식 제고에 큰 보탬이 됐다.

정보기술(IT)이 보편화되는 시대를 맞아 일반인들에게 컴퓨터와 소프트웨어를 어떻게 활용하고 관리해야 하는지를 깨닫도록 해 준 것이다.

지난 수십년간 정리되지 않은 채 사용법만 익히는 데 급급했던 IT 관련 자료를 재점검하고 새로운 버전으로 전환시키는 데도 중요한 계기가 됐다.

병원의 경우 수백종의 의료기기에 대한 정보 가운데 문제가 있는 것은 해결하고 심각한 것은 폐기하는 등 디지털시대에 맞게 재가공했다는 것이다.

이같은 이유 때문에 전문가들은 Y2K를 아날로그 시대에서 디지털 시대로 넘어가는 회색지대를 청산하기 위한 '신고식' 이라고까지 지적하고 있다.

○…Y2K는 물론 '새 천년 통화(밀레니엄콜)' 폭주로 통신대란이 우려됐던 통신분야는 별다른 사고가 발생하지 않았다.

통신업체들은 2일 현재 시내전화.시외전화.국제전화.휴대폰 등이 정상 소통되고 있다고 밝혔다.

○…항공 등 교통분야도 정상적으로 운행이 이뤄졌다.

1일 오전 4시40분 제주에서 이륙한 대한항공의 Y2K시험기가 오전 6시1분 김포공항에 정상 착륙했다.

아시아나항공도 이날 오전 6시40분 김포공항에서 새 천년 해맞이 행사를 위한 특별기가 정상 이륙했다.

○…주요 대기업들은 1일부터 종합상황실을 통해 본사와 각 공장 컴퓨터 연결망을 시험 가동하며 Y2K 문제를 점검했으나 2일까지 별다른 이상은 나타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취약분야인 중소기업의 경우도 2일까지 이상 사례가 접수되지 않았다.

○…금융기관 합동 Y2K 비상대책반은 "전국 2천52개 금융기관이 1일 0시 직후부터 금융 공동망과 주컴퓨터 등의 정상가동 여부를 확인한 결과, 2일 오전 10시까지 정상 가동되고 있다" 고 2일 밝혔다.

그러나 실제 업무가 시작되는 4일 이후 Y2K 문제 발생 여부가 최종 판가름날 전망이다.

특히 증권업계의 경우 4일 첫 매매가 시작되면 거래일 이후 3일째날에 결제가 되기 때문에 7일까지 정상여부를 확신할 수 없는 실정이다.

○…Y2K 관련 국내외 원전 안전정보가 총 집결하는 한국원자력안전기술원(KINS)에서는 1일 0시0분을 넘어서면서 고리.울진.영광.월성 등의 원전이 '정상' 임을 나타내는 표시가 차례로 뜨자 50여명의 직원들이 환호. 이에 따라 한국은 일본보다 5분 이른 0시24분쯤 16기의 원전이 모두 안전 가동된다고 미국 원자력규제위원회(NRC)가 주도하는 YEWS(세계 원전Y2K 감시시스템)에 등록했다.

○…한편 전국 3만6천여 병.의원 중 두 곳에서 경미한 사고가 발생했다.

경기도 안산 동산의원에서는 40세 여자환자의 골밀도 측정 결과 17세로 잘못 나왔다.

복구반이 출동한 결과 골밀도 측정기 본체가 아니라 이를 지원하는 PC에 문제가 있어 패치 프로그램을 돌려 문제를 해결했다.

이민호 전문위원.사회부.경제부.산업부.정보과학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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