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소-곰 대결상' 나라마다 차이…한국은 소가 일방적 우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42면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 신관 로비에는 거대한 '소와 곰' 청동상이 있다. 근육질의 몸매를 자랑하는 소와 쇠뿔에 받혀 나뒹구는 곰의 모습을 형상화한 것이다.

주가 상승을 상징하는 소가 하락을 의미하는 곰을 후련하게 물리치는 것처럼 상승장을 꿈꾸는 투자자들의 희망을 담은 것이다.

선진국 증시도 소(bull)와 곰(bear)을 주가등락의 상징물로 삼는다. 그러나 우리나라처럼 곰이 일방적으로 당하는 모습은 아니다.

미국 뉴욕 증권거래소를 보자. 곰이 소의 기세에 밀려 쓰러지면서도 소의 목덜미를 깨물고 발톱으로 등줄기를 할퀴는 등 반격을 가하고 있다.

독일 증권거래소의 곰은 의연한 자세다. 소와 곰이 거리를 두고 서로 노려 보며 팽팽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소가 지그시 눈을 내리 깔고는 있지만 곰도 치뜬 눈으로 만만찮은 기세를 보여주고 있다.

증권거래소 고위 관계자는 "선진국의 경우 소와 곰 양쪽의 균형을 강조하고 있다" 며 "주가가 항상 오를 수만은 없다는 평범한 진실을 반영한 것" 이라고 말했다.

99년도 증시가 끝났다. 폐장일 종합주가지수가 사상 처음으로 연중 최고치를 경신했다. 색종이를 흩뿌리며 화려하게 장을 마감하던 28일 우울한 개인투자자들이 적지 않았다.

40대의 한 여성투자자는 "재벌계열사의 우량 종목이라고 해서 산 S화학이 한달새 반토막이 났습니다. 어떻게 이럴 수 있습니까" 라며 하소연했다.

떨어질 수 있다는 것이 주가라는 단순 명료한 사실을 되새길 때다.

서경호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