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ver Story] 가이드 모드 탑재 … 왼손잡이 배려 … ‘친절한 IT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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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콘의 DSLR(디지털 일안렌즈식) 카메라 D3000에는 초보 사용자들을 위한 ‘가이드 모드’가 들어 있다.

액정 모니터에 뜨는 이 지침을 따라 하면 다루기 어렵다는 DSLR 카메라에 의외로 빨리 익숙해질 수 있다. 원거리 피사체, 잠자는 얼굴 촬영, 풍경, 야경, 인물, 움직이는 피사체 등 자주 접하는 아홉 가지 촬영유형 중에서 직면한 상황에 맞는 아이콘을 선택하면 카메라가 각종 설정법을 스스로 안내해 준다. 니콘이미징코리아의 김동국 과장은 “요즘은 사진 초보자라고 값싸고 기능이 단순한 자동 카메라를 무턱대고 고르지 않는다. 성능이 좋으면서 쉽게 익힐 수 있는 프리미엄 카메라를 선호하는 경우가 늘고 있다”고 말했다. DSLR 카메라가 처음엔 거북하지만 매니어용 기기에 숙달될 때의 쾌감이 ‘흥행 요인’이 된다는 설명이다.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는 디지털 기술을 일반 제품 사용자가 따라잡기란 쉽지 않다. ‘첨단’ 정보기술(IT) 제품일수록 ‘친절함’을 강조하는 트렌드가 자리 잡는 연유다. ‘다루기 쉬운 리모컨’ 열풍이 TV 등 가전제품 판매 현장의 화두로 자리 잡았듯이 이제 전자업계에선 서비스뿐만 아니라 기계 자체에까지 친절함이 요구된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말 선보인 ‘옴니아 패밀리’ 5종도 ‘친절한’ 스마트폰이다. 지난해 내놓은 첫 스마트폰 T옴니아는 일부 매니어층 말고는 조작이 어렵다는 불평을 많이 들었다. 마이크로소프트(MS)의 스마트폰용 운영체제(OS) 윈도모바일로 구동되는 바람에 일일이 옵션을 설정하는 일이 불편하다는 이야기였다. 무선사업부의 김정효 책임은 “스마트폰은 원래 기능이 복잡하고 다양해 익숙해지기까지 꽤 시간이 걸린다. 초보자라도 너무 겁을 먹지 않도록 조작이 쉽게 만들려고 2년 공을 들였다”고 전했다.

신제품 시리즈는 윈도모바일 위에 삼성전자만의 풀터치폰용 사용자환경(UI)인 햅틱2.0을 얹었다. 스마트폰 내부는 윈도모바일로 작동하지만, 사용자와 스마트폰은 햅틱2.0을 매개로 움직인다. 가령 예전에는 개별종목의 주가차트를 보려면 세부조건을 설정한 상태에서 가능했지만 신제품에선 간단히 위젯 아이콘을 옮겨놓기만 하면 차트를 열람할 수 있다. 모바일 관련 블로그를 운영하는 김학균씨는 “새 옴니아는 햅틱2.0을 통해 일반 휴대전화 못지않게 편리하게 사용할 수 있다”고 평했다.

‘친절함’은 밥솥과 김치냉장고 같은 생활가전에도 빠르게 스며든다. 쿠쿠홈시스가 최근 선보인 IH압력밥솥 ‘샤이닝블랙’은 고급스러운 느낌의 발광다이오드(LED) 디스플레이와 광터치 패널로 겉을 꾸몄다. 화면상의 원하는 기능에 손가락을 가볍게 대면 깜박이는 광터치 버튼이 다음 동작을 어떻게 할지 안내해 준다. 대우일렉의 ‘클라쎄’ 김치냉장고는 투명재질의 ‘파워크리스털 용기’를 채용했다. 주부가 냉장고 문을 열면 내용물과 김치의 숙성 상태를 곧바로 확인할 수 있다.


IT·전자 업계에 번지는 ‘친절모드’는 열 명 중 한 명꼴이라는 왼손잡이까지 배려한다. 닌텐도의 휴대용 게임기 ‘닌텐도 DS’가 흔히 거론되는 사례. 왼쪽에 방향키 4개를 별도로 장착해 왼손잡이 게임 매니어의 호응을 얻었다. 닌텐도 DS 전용 게임인 액티비전코리아 ‘기타히어로 온 투어’의 경우 왼손·오른손 잡이에 두루 맞도록 화면 위치를 바꿀 수 있다. e북 단말기(전자책) 업체 네오럭스가 6월 출시한 ‘누트(NUUT)2’는 왼손잡이에 대한 배려가 돋보인다. 컨트롤러가 있는 부분을 왼손으로 잡으면 왼손잡이용 기기, 오른손으로 잡으면 오른손잡이용 기기로 변신한다.

한국MS가 7월 출시한 ‘무선 모바일 마우스’ 6000과 5000 두 모델은 양손잡이형 제품이다. 첨단 인체공학 기술을 기반으로 한 좌우 대칭형 디자인을 채택한 덕분이다. 조혁 부장은 “양손잡이형은 소비자뿐만 아니라 회사에도 여러모로 유익하다”고 말했다. 사회적 소수자를 배려하는 기업이라는 이미지 제고 효과가 있고, 인류의 10%인 왼손잡이를 고객으로 끌어들일 수 있다는 것이다.

심재우 기자

◆햅틱2.0=삼성전자가 개발한 풀터치폰 전용의 사용자환경(UI, User Interface). 지난해부터 햅틱 시리즈에 채용된 햅틱1.0에 비해 입체적인 느낌이 강화됐다. 정육면체의 3차원(3D) 큐브를 상하좌우로 돌리면서 앨범·음악·비디오 등으로 이동할 수 있다. 한 손가락으로 10배까지 사진 확대가 가능한 ‘원핑거 줌’을 비롯해 다양한 기능이 탑재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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