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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과학 칼럼

종잡기 어려운 과학기술 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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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에디슨이 자신의 중요 발명품 중 하나인 축음기를 처음 선보였을 때는 전화 통화 내용의 녹음 등 사무용으로 큰 수요가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성능 문제 등으로 인해 사무용 축음기는 매우 지지부진했으나 훗날 음악의 녹음과 재생 등 가정용·오락용 기기로서 예상 외의 큰 성공을 거둔 바 있다.

많은 학자가 기술 발전을 생물의 진화 과정에 비유한다. 고슴도치의 가시는 원래 체온을 보호하려는 털이 변한 것이고, 물고기의 부레가 육상동물의 허파로 바뀌었듯 기술 역시 제반 환경에 적응하고 다른 것과 경쟁하면서 스스로 살 길을 찾아 변화한다는 것이다. 또 인간을 비롯한 여러 생물이 어떤 방향으로 진화할지 미리 알기가 무척 어려운 것처럼 제반 기술들의 미래 전망 역시 예측하기가 대단히 어렵다.

1980년대 정보화 시대의 총아가 될 것으로 기대했던 종합정보통신망 ISDN(Integrated Services Digital Network)은 정작 초고속인터넷이 발달할 즈음에는 ADSL(Asymmetric Digital Subscriber Line) 등에 밀려 자취를 감추고 말았다. 고(故) 스탠리 큐브릭 감독의 68년 작 미래 SF영화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에서 선보인 바 있는 영상전화는 세계적인 통신업체들의 낙관적 전망과 달리 서기 2000년대로 접어든 오늘날까지 계속 시장에서 실패했다.

국내 통신업체들 또한 요란하게 ‘쇼’를 하면서 차세대 이동전화의 영상통화 기능을 광고한 바 있으나 예상보다 이용이 드물고 심지어 자신의 휴대전화에 그런 기능이 있는지조차 모르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한다.

반면 개발 직후 성공적으로 상용화되지 못한 기술이나 오랫동안 사장(死藏)돼 온 기술이 나중에야 꽃을 피우는 경우도 적지 않다. 71년에 군사용 목적으로 처음 개발된 터치스크린 기술은 은행 현금인출기 등 큰 화면의 기기에만 일부 적용될 뿐 거의 사장되는 듯 보였으나 최근 국내 전자업체들이 터치스크린 기능의 휴대전화를 앞다퉈 출시하면서 각광받고 있다. 이 밖에도 시제품 개발에서 상용화 성공에 이르기까지는 수십 년 이상 걸린 상품들의 사례가 매우 많다. 기술의 미래 전망에 관심이 많은 엔지니어나 기업 경영자 혹은 일반 소비자들도 ‘꺼진 불도 다시 보는’ 심정으로 버려진 기술도 곰곰이 다시 살펴보는 것은 어떨까?

최성우 한국과학기술인연합 운영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