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살인폭풍' 문화재도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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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파리〓연합, 홍주연 기자]프랑스를 중심으로 지난 주말 서유럽 전역을 휩쓴 폭풍으로 99명이 사망했으며, 프랑스의 문화유산들도 크게 손상된 것으로 드러났다.

BBC방송은 27일 50년 만에 가장 강한 강풍(시속 1백80㎞)을 동반한 이번 폭풍이 문화유산으로 지정된 파리 근교의 건물과 정원을 크게 파손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 국가문화재기금은 이번 폭풍으로 인한 피해복구에 적어도 4억~5억프랑(약 7백50억~9백20억원)가량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정했다.

가장 피해가 심각한 곳은 파리 근교 베르사유 궁전인데 이번 폭풍으로 궁전 정원의 나무 5천~1만여그루가 뿌리째 뽑혀 쓰러졌다.

이 나무들의 상당수는 수령 1백년 이상 된 고목들이며 나폴레옹 통치시대에 심은 수령 2백년 이상의 삼나무도 포함됐다.

관계자들은 또 궁전 건물의 지붕과 창문이 손상돼 건물 내부로 물이 스며들고 있다고 전했다.

베르사유 궁전은 현재 방문객 출입이 전면 금지됐다.

궁전 관계자들은 이번 폭풍으로 인한 정원 복구비용만 1천5백만~1천8백만프랑(약 26억2천만~31억5천만원)이 소요될 것으로 예상했다.

파리 시내의 오르세미술관은 유리창이 파손돼 문을 닫았으며 프랑스국립미술관(BNF)도 정원과 출입구 일부가 무너져 일시 폐쇄됐다.

과학공원인 라빌레트도 출입이 금지됐다.

스테인드 글라스로 유명한 파리 생 샤펠 교회의 색유리창도 일부가 깨졌고 팡테옹 지붕의 금속판들도 벗겨져 떨어졌다.

또 몽 생 미셸, 낭시의 생 에프브르 성당, 에손의 쿠르송궁 등 관광명소들이 손상됐고 지난해 대대적인 보수공사를 마친 마른의 발미풍차는 이번 강풍으로 전파됐다.

파리의 불로뉴숲과 뱅센숲의 나무 30만그루 중 절반 이상이 이번 폭풍으로 인해 피해를 보았다.

프랑스에서 이번 폭풍으로 발생한 사망자는 모두 52명이다.

영국.아일랜드.스페인.벨기에.독일.스위스에서도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리오넬 조스팽 프랑스 총리는 이집트 방문일정을 단축하고 돌아와 피해현장을 둘러본 뒤 이 지역을 '재해지역' 으로 선포했다.

그는 베르사유 궁전의 피해상황을 돌아보고 "이번 폭풍으로 인한 재난은 전례없던 일이고 피해결과도 엄청나다" 며 신속한 복구를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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