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되돌아 본 99 북한] 말말말로 본 북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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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올해 남북관계는 서해교전과 통일농구로 상징되듯 극적인 반전을 거듭해왔다.

북한의 핵.미사일 문제를 놓고 미국.일본과 격앙됐던 분위기는 어느새 관계정상화 논의로 역전됐다.

다사다난(多事多難)했던 한해에 걸맞게 북한은 때로는 관영 언론으로, 때로는 당국자 명의로 거친 말을 쏟아냈다.

북한의 올 화두는 신년 공동사설에 나타났다.

사설은 올해를 '강성대국 건설에로 전진하는 새로운 전환의 해' 로 규정했다.

식량난 극복을 위해 "농사에 전국가적 힘을 넣어 먹는 문제 해결" 을 천명하면서 감자농사에 힘을 쏟았다.

"예부터 농사꾼은 굶어죽어도 (감자)종자만은 베고 죽는다" (노동신문 10월 25일)고 옛말까지 들춰가며 농민을 독려했다.

올해 북한의 최대 화제는 정성옥의 세계여자마라톤 제패였다.

"정성옥 선수처럼 견인불발의 투지로 싸워 나가는 사상의 강자, 신념의 강자가 돼야 한다" 며 '정성옥 따라배우기' (노동신문 9월 4일)의 거센 바람이 불었다.

북한은 그러나 자본주의 바람에는 강한 경계심을 보였다.

"제국주의 사상문화는 사회주의를 내부로부터 와해시키는 사상적 트로이의 목마" 라며 "모든 분야에서 모기장을 든든히 치자" (노동신문 6월 1일)고 촉구했다.

북한은 김대중(金大中)정부의 햇볕정책에 대해 시종일관 "반민족적이고 반통일적인 정책" (조국평화통일위원회 11월 6일 담화)이라고 비난했다.

서해교전 직후 북한은 "우리 인민군대와 인민은 지금 천백배의 복수심으로 가슴을 불태우고 있다" (평양방송 6월 18일)고 위협하는가 하면 군총참모부는 특별보도(9월 2일)형식으로 북방한계선(NLL) 무효화 선언을 하면서 "자위권은 여러가지 수단과 방법에 의해 행사될 것" 이라며 대남위협을 증폭시켰다.

그러나 남북노동자축구대회를 비롯, 남북평화친선음악회.통일음악회.통일농구대회가 잇따라 성사되는 등 사회.문화분야 교류에는 북측도 적극적이었다.

북한은 "제네바 기본합의문을 파기할테면 하라" (7월 26일 외무성 대변인)며 미국에 대해 극단적 언사를 퍼부으면서도 11월 북.미 베를린회담에서 미국과 마주한 김계관 외무성 부상은 "회담이 진지하고 건설적이며 사무적인 분위기에서 진행됐다" 며 협상에 애착을 보였다.

한 해가 저무는 요즘 북한은 경수로 완공 지연에 대해 "우리의 경제 전반에 끼친 손실도 계산되든가, 아니면 의미있는 중대한 조치가 취해져야 할 것" (12월 23일 외무성 대변인)이라고 주장하는 등 벌써 새해용 '카드'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김성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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