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가 있는 아침] 강희안 '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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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머물렀다 다시

떠나가는 것 있데

삐비꽃 안고 쓰러진

깊은 강 물결 소리

뿌리 밑 남은 힘으로

풀이 다시 일어나데

시간의 깊이로 묻힌

파란 달빛 그늘 아래

강물을 지고 가데

- 강희안(34) '돌'

가만히 들여다보면 시 속의 주어들이 모호하다.

짧은 노랫가락인데 주어들이 여럿인 것도 흥미롭다.

그러다가 끝의 제5연은 왜 외줄기인지 모른다.

차라리 제4연 '시간의 깊이로 묻힌' 을 없애고 제5연 1행을 갖다 붙이면 어떨까.

괜히 남의 시 감상하는데 비평의 수작을 내세웠다.

돌 하나에 더해서 흘러가는 강물. 강물소리에 풀 같은 것도 끼어들어 두런두런 돌이 혼자 구시렁거리고 있다.

풍경화의 내심 한 폭이러니.

고은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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