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9 말말말] 독설·험담 쏟아진 정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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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 내각제.합당론 등 공동정권〓공동정권 내부에서 삐거덕거리는 소리가 계속됐다. 김대중(金大中.DJ)대통령의 '무릎 담판' 과 김종필(金鍾泌.JP)총리의 '몽니(심술)' 가 맞붙는 듯 했던 내각제 연내 개헌문제가 싱겁게 끝나자 JP는 "정치는 타협, 타협은 패배가 아니다" 고 해명했다.

김용환(金龍煥)의원은 "장수가 도망쳤으니 누가 성(城.내각제)을 지키랴" 고 개탄하며 JP와 결별했다.

워커힐 회동(7월)에서 DJP가 '2+α식 신당창당에 합의' 했다는 기사가 나가자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는 "별이 쏟아지듯 0+무한대식의 정계개편이 있을 것" 이라고 한때 예고했다.

국민회의 이만섭(李萬燮)총재권한대행은 "여자 친구와 손목잡고 키스하다 마음이 맞으면 결혼하는 것 아닌가" 며 합당론을 뒷받침했다.

국민회의쪽의 합당 공세에 대해 강창희(姜昌熙.자민련)의원은 "러시아 군대가 체첸공화국을 유린하고 있다" 고 반발했다. 결국 金총리는 "대통령과 합당의 'ㅎ' 자도 꺼낸 적 없다" 는 말로 합당 거부선언을 했다.

◇ 가파른 여야대치〓여야 대치상황이 장기화되면서 말들은 험악해졌다. "고(故) 제정구 의원은 金대통령 압박에 속이 터져 'DJ암' 에 걸려 세상을 뜬 것(李富榮총무)" "현 정권은 무면허에 음주운전 중(金鎭載의원)" "DJP정권은 'Dog Jumping Plate.개판' 이라는 우스갯소리가 시중에 있다(李揆澤의원)" 는 원색적 성토가 한나라당쪽에서 터졌다.

한나라당 이회창(李會昌)총재는 "붕어빵에 붕어가 없는 것처럼 현 '국민의 정부' 에는 국민이 없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 고 비난했다. 정형근(鄭亨根)의원은 "金대통령의 정치는 지리산 빨치산 수법" 이라고 해 파문을 일으켰다.

여당의 공세도 거칠었다. 야당의 국회 529호 진입사건에 대해 국민회의 정균환(鄭均桓)의원은 "망치국회가 대화정치를 실종시켰다" 고 반격을 가했다.

세풍사건으로 검찰이 소환요구한 서상목 의원을 보호하기 위해 한나라당이 7차례 '방탄국회' 를 소집하자, 정동영(鄭東泳) 당시 대변인은 "스필버그 감독의 '라이언일병 구하기' 는 히트했지만 '서상목 구하기' 는 관중이 넌더리내는 실패작" 이라고 꼬집었다.

6.3재선거 때 한나라당이 한때 박태준 총재의 사위(고승덕 변호사)를 내세우려하자 자민련측은 "야당의 가족파괴 행위" 라고 비난했다.

◇ 도감청.언론장악 파문〓도.감청문제가 쟁점화됐을 때 이를 다룬 국회 법사위에선 "낮말은 감청하고 밤말은 도청한다" 는 말다툼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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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에서 중앙일보 사장실 물컵사건을 놓고 공방이 계속되자 길승흠(吉昇欽.국민회의)의원은 "현 정부는 전화로 언론통제가 안되니까 오죽하면 물컵을 던졌겠느냐" 고 엉뚱하게 옹호해 '올해의 국감 코미디' 소재로 올랐다.

◇ 전직대통령들의 언어들〓김영삼(金泳三) 전 대통령은 "김대중씨는 독재자다. 현 정권의 독재정치는 스탈린.히틀러 같다" 고 독설을 퍼부었다.

그런 속에서 전두환(全斗煥) 전 대통령은 신임인사차 자신을 찾아온 김정길(金正吉) 정무수석에게 "전직대통령이 (아무나 보고 마구짓는) 주막집 강아지식으로 하면 안된다" (2월)고 YS의 행태를 꼬집었다.

그러자 YS측은 95년 이른바 역사바로세우기 수사에 반발해 연희동 골목설명을 발표한 것을 빗대 "(全씨는)골목강아지" 라고 맞섰다. 노태우(盧泰愚) 전 대통령은 YS를 잘못보았다고 회고하면서 "나는 색맹환자" 라고 탄식했다.

◇ 국정혼선〓옷 로비 사건 초기인 지난 6월 金대통령은 "(언론이)마녀사냥식으로 몰고 간다" 고 불만을 표시했다가 11월에 "국민은 하늘" 이라고 사과했다. 국정혼선이 이어지자 박태준 총재는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도 못막는 상황이 됐다" 고 대통령 보좌기능의 문제점을 지적했다.

◇ 수혈론〓 '정치권에 젊은 피를 수혈하겠다' 는 金대통령의 구상은 여러 반향을 일으키면서 젊은 피 검증논쟁이 일었다. "늙은 피는 안전하지만, 젊은 피는 에이즈 감염 우려가 있다" (자민련 김용환 의원) "젊은 피 수혈 전에 혈액형 검사부터 해야한다" (한나라당 장광근 부대변인)는 논란이 계속됐다.

◇ 청문회 정치〓IMF청문회에서 국민회의 추미애(秋美愛)의원이 "목욕탕 주인도 여름에 수리해 겨울을 대비한다" 며 김영삼 정권의 무능을 파고들자, 증인석의 강경식(姜慶植) 전 부총리는 "불끄러 들어간 소방수를 방화범으로 몰 수 있느냐" 고 반박했다.

파업유도 청문회 증언대에 섰던 진형구(秦炯九) 전 대검부장이 폭탄주 실언(失言)으로 김태정(金泰政) 전 법무장관을 물고 함께 경질되자 "진형구는 논개(국민회의 당직자)" 라며 여권 일각에서 반겼다.

옷로비 청문회에서 나온 "비올 때는 우산을 써라" (배정숙씨), "미안합니다. 제가 몸이 아파서" (연정희)는 정치권뿐 아니라 시중에 화제가 됐으며, 야당은 "현 정권은 안방공화국(김용수 부대변인)" 이라고 비꼬았다.

옷 로비 청문회에서 앙드레 김은 '(구파발 출신)김봉남' 이라고 자기를 소개, 최단기간내 본명을 알린 기록을 세웠다.

전영기.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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