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탄절 엇갈린 지구촌 표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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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 화이트 크리스마스

○…국제사회에서 미운 오리새끼 대접을 받는 이라크도 올해 성탄절에는 예수 탄생을 축복하는 행사에 동참한다.

성탄절 이브에 아기 예수가 탄생한 베들레헴에서 열리는 평화의 밤 기도회에 성모 마리아상(像)을 보내기로 한 것. 이라크가 보낸 마리아상은 자정 미사가 진행되는 동안 미셸 사바 예루살렘 총대주교 바로 뒤에 배치되는 특별한 대접을 받는다.

평화의 밤 행사는 1백30개국 순례자들이 각각 성모 마리아상을 베들레헴으로 가져가 24일 저녁부터 갖는 기도회로 95년 프랑스 순례자 2명의 제안으로 시작됐다.

○…미국 로스앤젤레스에서는 한국 교포 조해성(45.여)씨가 백혈병을 앓고 있는 다섯살배기 사내아이에게 골수를 기증한 소식이 주위를 훈훈케 하고 있다.

스포츠 의류판매상을 운영 중인 조씨는 얼굴도 모르는 소년에게 아무런 대가 없이 자신의 골수를 기증한 것으로 최근 알려졌다.

조씨는 "한 생명을 구할 수 있어 보람을 느끼지만 나보다 더 훌륭한 일을 한 사람도 많다" 며 겸손해 했다.

◇ 블랙 크리스마스

○…코소보.체첸과 터키 등의 전쟁과 자연재해로 인한 난민들은 악몽같은 크리스마스를 맞고 있다.

국제난민보호단체들은 코소보에서만 약 35만명이 텐트생활을 하고 있는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특히 체첸전으로 고향을 등진 25만여명의 난민들은 구호의 손길을 전혀 받지 못한 채 철길 주변 등에서 노숙하고 있다.

이중 어린이만 8만~10만여명에 이르러 이들에 대한 구호대책이 시급하다고 관계자들은 전했다.

터키와 그리스에서 발생한 지진으로 인한 이재민 10만여명도 복구가 제대로 되지 않아 지붕이 없는 대피소 등에서 추위와 싸우며 성탄절을 맞고 있다고 유엔고등판무관실(UNHCR)은 밝혔다.

○…프랑스 파리에 위치한 유럽 최대의 테마파크 유로디즈니 노조는 23일부터 밀레니엄 특별수당 지급을 요구하며 파업에 돌입, 이곳을 찾은 어린이들을 실망시켰다.

노조측은 당초 출입문을 아예 봉쇄할 방침이었으나 성탄절을 맞아 찾은 어린이를 고려해 문을 닫지는 않았다.

회사측은 소수의 노동자들만 시위에 참가하고 있다고 강조했지만 디즈니 캐릭터 인형들의 퍼레이드 행사 등이 중단됐다.

○…홍콩에서는 성탄절을 앞두고 8년 만에 몰아닥친 강추위로 이번 주에만 47명이 사망했다.

홍콩기상대는 홍콩의 기온이 23일 5.8도까지 내려갔으며 홍콩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한 타이 모 샨지역에선 0도까지 떨어지는 강추위가 계속되고 있다고 밝혔다.

시베리아에서 중국을 거쳐 내려온 계절풍 때문에 추위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는 예보다.

[외신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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