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 나눔의 사회를 만들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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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즐거운 성탄절이 왔다고 법석이 대단하다.

그러나 다시 한번 생각해 보자. 과연 모두에게 즐겁기만 한 성탄절일까?

물론 성탄절이 기막히게 즐거운 사람들도 있다.

백화점을 경영하는 사람들이나 살롱.호텔.여관.술집을 운영하는 사람들에게는 즐거운 성탄절일 것이 분명하다.

전에 없는 성탄절 호황을 맞아 손님이 줄을 서고 매출이 오르기에 마냥 즐겁기만 한 성탄절일 것이다.

그러나 즐거운 성탄절의 뒷그늘에서 슬퍼지고 더욱 배고파지는 성탄절도 있음을 우리는 기억해야 한다.

우선 1백만명이 넘는 실직자와 가족들에게 성탄절이 즐거운 성탄절일 수 있겠는가.

얼어붙은 날씨에 노숙하는 이웃들에게는 어떤 성탄절일까. 전례없이 도움의 손길이 끊겨 있는 고아원이나 양로원의 가족들이 맞이하는 성탄절은 또 어떤 성탄절일까. 그들에게 성탄절은 기쁜 성탄절이 아닌 슬픈 성탄절일 것이다.

국제통화기금(IMF)체제가 우리 사회에 남긴 재난 중에 우리가 미처 느끼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다름아니라 가난하고 소외된 이웃들에게 나누며 더불어 함께 살아가겠다는 마음가짐을 앗아간 일이다.

마치 썰물 때 물이 빠져나가듯 우리 사회에 나눔의 정신이 사그러들게 된 일이다.

서울 송파구 장지동에 있는 비닐하우스촌은 정신지체 장애인들과 무의탁 노인들이 모여살고 있는 마을이다.

그들은 12년째 그곳에 머물고 있다.

그런데 올해 들어 다른 해와 완연하게 다른 점이 있다.

올해에는 도움의 손길이 뚝 끊긴 점이다.

해마다 이맘때면 선물꾸러미며 성금이며 들고 찾아들던 발길이 올해에는 뚝 끊겼다.

지난해 이맘때는 같은 IMF 사태였으면서도 20㎏짜리 쌀부대.라면.생필품들이 들어왔었는데 올해엔 씻은 듯이 끊어졌다.

그곳만 그런 것이 아니다.

청소년 보호시설.노숙자 지원단체.결식아동 지원단체들에 미치고 있는 공통된 실정이다.

내가 살고 있는 구리시의 한 초등학생은 겨울방학이 무섭다고 했다.

마냥 즐겁기만 한 겨울방학이 왜 무서울까. 학기 중에는 학교에서 무료 급식이 있었기에 점심 한끼나마 해결됐는데 방학 중에는 통째로 굶어야겠기에 두렵다는 것이다.

그의 아버지는 인천 쪽의 어느 회사에서 일하다가 지난해 구조조정에 해고당했다.

그럼에도 매스컴에 보도되는 정부의 발표로는 IMF가 완전히 극복됐다는 것이다.

나는 그런 보도를 대할 때마다 강한 거부감을 느낀다.

무엇을 기준으로 그렇게 발표할까.

경기도 교육청의 경우 지난 3월에는 결식학생이 2만1천명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3만4천명을 넘어섰다.

과천시 경우에는 결식학생이 지난해 63명이었는데 지난 11월말 집계로는 1백60명으로 2.5배로 늘어났다.

그런데 IMF를 극복했다는 말이 타당하겠는가.

자식들에게 끼니를 이어주지 못하고 있는 어버이들에게 IMF가 극복됐다는 말이 통할 리 있겠는가.

물론 IMF가 극복되고도 남은 계층의 사람들이 있긴 하다.

서울 강남의 백화점에서는 1백만원짜리 어린이장난감이 없어서 못팔 정도라 하고 5백만원짜리 시계가 줄줄이 팔려나간다는 소식이다.

분명히 그들에게 지금은 전례없는 호경기요, IMF는 옛이야기에 지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서민이 찾는 시장거리는 한산하기만 하고 농민의 어깨에는 힘이 빠져 있다.

일찍이 자본주의 경제이론의 시조격인 케인스는 말했다.

"모럴이 없는 이익 우선의 자본주의는 국민경제를 위태롭게 한다…. 나눔이 없는 자본주의는 사회를 파탄에 이르게 한다. "

우리 사회가 파탄에 이르지 않게 하기 위해 나눔을 실천해야 한다.

가난한 이웃에게 도움을 베푸는 것은 가난한 이웃들을 위한 것만은 아니다.

자기 자신을 위해서다.

미국에서는 성인들의 90% 이상이 정기적으로 복지단체에 기부금을 내고 있다.

복지단체에 접수되는 기부금 중에서 개인이 보내오는 예산이 4분의3을 넘는다.

돈이 아무리 많아도 자선사업에 기부하지 않으면 상류사회나 엘리트 모임에 끼일 수 없는 풍토 때문이다.

이런 분위기는 일반 시민 사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래서 선진사회일수록 있는 사람들이 없는 사람들을 위해 나누는 일이 생활화돼 있다.

그렇게 되는 이유는 카네기.록펠러.포드.빌 게이츠 등과 같은 지도층이 모범을 보였기 때문이라 한다.

이 점에서 우리 사회도 상류층부터 나서야 한다.

올해는 옷 로비 이야기로 한해가 저물어간다.

이제는 나눔과 베풂, 구제와 복지로 애깃거리를 바꿔 나가는 우리 사회가 돼야겠다.

끝으로 한마디!

"나눔과 베품이 있는 곳에 평화와 번영이 있다. "

김진홍 두레마을 대표. 목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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