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상수 ‘휴전 제의’ 아랑곳 않는 한나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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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수 원내대표는 4일 국회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세종시 문제는 정부가 대안을 마련할 때까지 논쟁을 중단해 달라”고 정치권에 제안했다. 그러나 정작 한나라당의 내부 사정은 안 원내대표의 바람과 달리 내분 양상이 갈수록 뚜렷해지고 있다. 친이명박 직계로 분류되는 강승규 의원은 3일 PBC 라디오 인터뷰에서 “박근혜 전 대표의 원칙 강조는 이해하지만 시대적 상황이 바뀌거나 좀 더 효율적인 방법을 갖게 된다면 그런 부분에 대한 재논의가 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강 의원은 “세종시로 가기로 돼 있는 행정중심의 도시 기능이 과연 국가 발전에 도움이 되겠느냐, 충청 지역의 발전에 도움이 되겠느냐는 부분에 대해 강한 의문을 갖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말했다. 특히 그는 “(이명박 대통령도) 그런 생각을 갖고 있다고 볼 수 있다”며 “이 대통령은 수도 기능이 이전되거나 정부가 나눠져서는 여러 비효율적인 측면이 많다는 걱정을 많이 했기 때문에 여러 콘텐트를 좀 더 좋은 내용으로 채워 세종시를 발전적으로 해야 한다는 강한 의지를 갖고 있지 않나 추측한다”고 말했다.

반면 친박근혜계는 전날 친이계 공성진·차명진 의원이 제기한 ‘세종시 국민투표론’을 비판했다. 김성조 정책위의장은 BBS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런 사안을 두고 국민투표를 하는 것은 국민통합에 도움이 안 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김 의장은 “개인적으론 원안 플러스 알파를 해 세종시의 자족기능을 더할 수 있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본다”며 박 전 대표의 입장을 지지했다. 세종시 수정안 추진 움직임에 항의해 당직을 사퇴한 친박계 이성헌 의원도 CBS 라디오 인터뷰에서 “며칠 전 재·보선이 국민투표나 마찬가지로 민심의 소재가 나타나지 않았느냐. 한나라당은 겸손해야 된다”며 “4년 전 결정된 사항을 지금 와서 국민투표로 해보자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계파 모임도 이어져 긴장도가 높아지고 있다. 친박계 복당파 의원들이 주축인 ‘여의포럼’ 소속 의원 10여 명은 이날 오후 의원회관에서 재·보선 이후 정국 방향을 놓고 비공개 토론회를 개최했다. 친이계에선 ‘함께 내일로’ 소속 의원 40여 명이 이날 저녁 모였고, ‘안국포럼’ 소속 의원들도 6일 오찬 회동을 할 예정이다. 아직은 양측이 냉전 단계지만 경우에 따라 정면 대결로 비화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려운 상태다.

김정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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