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에 '팽(烹)' 당했던 러 전 총리들 총선서 모두 '금배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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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에게 '팽(烹)' 됐던 전 총리들이 19일 치러진 국가두마(하원)선거에서 모두 당선, 정치 전면에 나섰다.

예브게니 프리마코프와 세르게이 키리옌코는 각각 지지율 5%를 넘긴 '조국당 - 전(全)러시아당(OVR)연합' '우파(右派)연합' 대표로서 전국구 의원에 당선, 하원에 진입했다.

야블로코당의 세르게이 스테파신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시(市) 지역구 후보로 직접 출마해 대승을 거뒀고, 우리집 러시아당의 빅토르 체르노미르딘도 지역구에서 당선됐다.

각각 옐친 정권에서 짧게는 3개월, 길게는 5년동안 총리를 맡았던 이들 중 반크렘린 계열의 유리 루슈코프 모스크바 시장과 연대한 프리마코프가 옐친과 가장 소원한 관계다.

또 러시아의 첫 개혁파 총리였던 이고르 가이다르와 사유화의 기수 아나톨리 추바이스 전 제1부총리, 보리스 넴초프 전 제1부총리 등도 각각 하원 의석을 확보했다.

이밖에 옛소련 시절 고르바초프 공산당 서기장의 개혁에 맞섰던 보수파의 거장 이고르 리가초프 전 공산당 정치국원이 시베리아 톰스크주에서 압승하며 다시 전면에 나섰다.

올해 79세로 최고령 당선자가 된 그는 헌법에 따라 내년 1월 중순에 열릴 첫 두마회의를 주재하고 정식 의장이 선출될 때까지 임시 의장직을 맡게 됐다.

반면 93년 10월의 국회의사당 쿠데타의 주역으로 옐친의 숙적인 루슬란 하스불라토프 전 국회의장은 극동지역에서 후보로 나섰으나 떨어졌다.

유명 정치인들의 부인들도 대거 출마, 화제를 모았다.

그러나 모스크바 시장에 재선된 루슈코프의 부인 엘레나 바투리나는 남부 칼미크 공화국에서, 극우파 블라디미르 지리노프스키의 부인 류보피는 극동 무르만스크에서 낙선했다'.

김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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