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배구] 가빈이 날면 점수가 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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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 가빈이 블로킹 벽 한참 위에서 고공 강타를 터뜨리고 있다. [대전=뉴시스]

안젤코가 떠난 자리를 가빈 슈미트(23·캐나다)가 훌륭히 메웠다. 덕분에 삼성화재는 라이벌 현대캐피탈과의 1일 개막전에서 휘파람을 불었다. 2m7㎝의 장신에서 뿜어나오는 고공스파이크에 현대캐피탈 선수들은 쩔쩔맸다.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이번에도 삼성화재가 최고의 외국인 선수를 골랐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신치용 감독은 “안젤코가 파워와 유연성이 돋보인다면 가빈은 높이와 블로킹 능력이 뛰어나다”고 말했다. 남자 배구 네트의 높이는 2m43㎝. 가빈은 가만히 서서 손을 뻗어도 네트 위로 20㎝나 훌쩍 넘어간다. 공격 때 점프해 스파이크를 때릴 때는 3m60㎝에 가까운 타점을 기록한다.

방인엽 삼성화재 사무국장은 “일본 시즈오카 전지훈련 당시에는 3m70㎝ 높이로 공을 때린 적도 있다”고 전했다. 그만큼 높이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는 이야기다.

게다가 안젤코가 공격에 치중하는 스타일인 반면 가빈은 수비와 블로킹에도 적극 가담한다. 신치용 감독은 “외국인 선수를 뽑을 때는 인성과 팀플레이에 녹아들 수 있는 희생정신을 중요하게 여긴다. 가빈도 이런 점을 높이 샀다”고 말했다. 2년 전 연습생으로 가빈을 지도했던 김호철 현대캐피탈 감독도 “그때보다 기량이 성숙했다. 안젤코 못지않은 높이를 보였다.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보완해야 할 점도 보였다. 신치용 감독은 “가빈이 농구선수를 해서 그런지 스텝이 어색했다. 농구 선수가 배구선수로 전환해 대성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그래서 이를 고칠 것을 주문했다”고 말했다. 가빈 본인도 줄넘기를 통해 배구에 걸맞은 스텝을 배우는 중이다.

캐나다 국가대표 출신인 가빈은 고등학교 졸업 무렵인 2004년에야 뒤늦게 배구에 입문했다. 가빈은 “캐나다에서 배구는 새로운 경험이었고, 그래서 흥미를 갖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배구가 농구보다 훨씬 빠른 모션을 필요로 하는 것 같다. 더 노력해야겠다”고 말했다.

오명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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