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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제 징병자에 줄 공탁금 리스트 있다…태평양유족회, 서류 공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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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일제시대 강제징병 피해자들의 개인보상금 청구 근거 일부가 나왔다.

일본 법무성이 지난 51년 작성, 징병자들에게 지급하도록 후생성에 맡겨둔 공탁금 리스트 일부가 태평양전쟁피해자유족회(회장 金鍾大.62)에 의해 공개됐다.

유족회측은 지난 15일 서울 용산역앞 철도노조회관에서 열린 '대일(對日)아시아.태평양전쟁 한국희생자 보상청구소송 설명회' 에서 이를 처음 공개했다.

유족회는 "개인피해 청구소송을 무효화한 65년 한.일 청구권협정을 뒤집을 수 있는 단서" 라고 주장했다.

이 공탁금은 1941년 태평양전쟁 발발 이래 8.15해방 때까지 일본 정부에 끌려가 군인.군속으로 근무한 피해자들이 받지 못한 미불임금.예금.전몰급여금이다.

일본 변호사.지식인 등으로 구성된 '전후(戰後)처리를 확실히 하는 회' 가 일본 후생성으로부터 비공식적으로 확인한 바에 따르면 한국 출신자 전체 24만2천여명(기업체 징용자는 제외)의 공탁금은 9천만엔이라고 한다.

한국 희생자들의 소송을 대리하고 있는 하야시 가즈오(林和男)변호사 등 일본 변호인단에 따르면 56년간의 물가인상분을 감안할 경우 7천7백73배를 요구해 총 12조8천여억원을 주장할 수 있다고 한다.

91년부터 일본 도쿄(東京)지법에서 진행 중인 일제 강제징집 피해자(군인.군속.위안부) 개인보상청구권소송은 김판룡(金判龍.사망.김종대 회장 부친)씨 등 41명이 원고며 개인당 2천만엔의 지급을 요구 중이다.

이날 공개된 문건에는 45년 8월 오키나와 해전에서 사망한 김판룡씨 등 1백9명에게 지급하도록 개인별로 1백25엔부터 8천9백45엔까지 공탁된 사실이 기재돼 있다.

유족들이 일본 후생성으로부터 개인별로 회신받은 확인서다.

하야시 변호사는 설명회에서 "이 공탁금 확인서가 65년의 한.일 협정에도 불구하고 일본정부가 개인피해보상을 해야 한다는 중요 증거가 될 것" 이라고 주장했다.

하야시 변호사는 또 "8년간 끌어온 대일 개인피해보상 소송의 결심공판이 내년 1월말 도쿄지법에서 열리게 된다" 며 "승소 가능성을 크게 하기 위해 희생자와 유족들이 공탁금 확인신청에 적극 참여해달라" 고 당부했다.

유족회에 참여해 보상을 적극 요구하고 있는 회원은 2만5천여명이다.

현재 일본 정부와 자민당은 강제징집 피해자문제를 금세기 안에 마무리짓는다는 계획 아래 일본에 거주하고 있는 한국.대만 국적 군인.군속에 한해 개인당 약 2백만~8백만엔의 보상금 지급을 추진 중이다.

그러나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에 대해서는 일본 특별조치법 144호(…65년 6월의 한.일협정으로 한국인의 일본 정부에 대한 재산관계.이해관계는 소멸하는 것이다)를 근거로 피해보상에서 제외시킬 것으로 알려졌다.

공탁금 확인신청에 참여할 피해자나 유족은 태평양전쟁희생자유족회 (02-795-3315)에 연락, 필요한 서류를 갖춰 내면 된다.

이기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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