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회창총재 '새집'짓기 부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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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한나라당 제2창당안은 이회창(李會昌)총재의 당 개혁 구상이 담겨 있다.

李총재는 이같은 개혁안을 통해 당의 이미지를 새로운 시대에 적응하는 민주적 정책정당으로 각인시키려는 목적을 갖고 있다고 한 측근은 설명했다.

특히 대통령과 당의 총재직을 분리키로 한 것은 대통령의 절대권한에 대한 비판여론을 염두에 둔 결정으로 보인다.

감사원을 대통령에서 국회 직속으로 전환하겠다고 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또한 제살깎기를 통해 국민의 정치불신을 희석시켜 보려는 노력도 담았다.

시.도지부를 없앤다든가, 3역의 서열을 현재의 사무총장.원내총무.정책위의장 순에서 정책위의장.사무총장.원내총무의 순으로 바꾸는 방안을 제시한 것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과 李총재가 이같은 개혁안을 제시한 것은 무엇보다 여권의 민주신당에 대한 대응 필요성 때문이다.

李총재의 측근은 "뉴밀레니엄에 대한 국민의 기대가 정부.여당에 모아지는 사태를 제2창당으로 막아야 한다" 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같은 제2창당안으로 여권의 신당에 대응하기에는 미흡한 점이 많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다.

무엇보다 당내의 반발과 현실론에 밀려 당초 의욕적으로 검토되던 개혁방안들이 상당부분 백지화되거나 모호한 표현으로 후퇴했다.

부총재 경선은 당권누수를 염려한 총재측의 반대로 현행 임명제로 낙착됐다.

당내민주화의 핵심조치로 평가되던 상향식 공천도 "한국적 정치상황에선 부작용이 너무 클 수 있다" 는 이유로 없던 얘기가 됐다.

대신 공천작업에 외부인을 참여시키는 선에서 결론을 냈다.

그나마 李총재는 이날 뉴밀레니엄 위원회의 제2창당안 보고를 받고 "최대한 반영토록 노력하겠다" 고 말했다.

논의과정에서 개혁안의 주요 골격이 수시로 李총재에게 보고되고 李총재측 인사들이 뉴밀레니엄 위원회에 참석해 의견을 개진했지만 '전폭 수용' 의사는 유보한 것이다.

이는 민주신당의 행보를 지켜보며 한나라당의 개혁수위를 결정하겠다는 뜻이라고 李총재의 측근은 설명했다.

또한 총선을 치르고 차기대선 도전을 위해 당을 장악해야 하는 李총재로서는 기득권 포기 결정을 최대한 미루고 싶어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다.

최상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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