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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이코노미] 학문과 돈벌이 사이에서 고민하는 美·日 대학가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39면

미국 보스턴에 있는 인터넷업체 아카마이 테크놀로지사는 인근의 하버드나 MIT대가 시험철이 되면 사무실이 텅텅 빈다. 사원의 반 이상이 학생이기 때문이다.

인터넷 속도를 올리는 핵심기술을 갖고있는 이 회사는 학생사원들에 스톡옵션을 줘서 수십명이 평균 수백만달러의 예비백만장자가 됐다고 한다.

모양은 다르지만 일본 도쿄대의 산학 연구소인 첨단연구센터도 얼마전 정부가 내놓은 첨단벤처기업육성을 위한 기술이전촉진법에 따라 일본의 제1호 기술이전기관(TLO)을 만들어 운영중이다.

이곳 교수.대학원생들과 신일본제철.소니등 유수기업의 연구원들이 돈 될만한 기술을 공동개발한뒤 창업토록 하는 것이다.

굳이 밖을 볼 필요도 없다. 서울공대.숭실대등 대학내에 잇따라 생기고 있는 캠퍼스 벤처기업라든가 대덕연구단지의 KAIST(한국과학기술원)의 실험실창업, ETRI(전자통신연구소)의 마당 한켠에 있는 컨테이너속의 벤처기업등등. 요즘같은 시절에 코스닥에 상장이라도 된다면 그야말로 일확천금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는 대학에 돈은 몰리겠지만 학문하는 분위기가 망가진다는 점이다. '아카데미즘 해저드' (향학심의 해이)라는 말까지 나왔다.

최근 열린 국제세미나에서 한 원로 과학자가 "벤처때문에 돈벌레는 많이 나오겠지만 돈의 가치와 학문하는 자세를 가르치는곳은 어디에도 없다" 고 걱정했다.

그러자 이 자리에 참석한 도쿄대의 기시 데루오 교수(TLO기획자)도 "한때 과학기술로 유명했던 동독의 라이프찌히.드레스덴 공대가 있던 지역이 거의 폐허가 된 것을 보고 슬픔마저 느꼈다" 면서 "통일이 되면서 돈따라 교수.학생들이 서독으로 몰려갔다" 고 동조했다.

나라를 불문한 공통 고민인것 같다. 아카마이사는 아예 '학업을 포기하거나 성적이 나빠지면 회사에서 일을 시키지않겠다' 는 방침을 정했다고 한다.

이쯤되면 '성적이 오르면 인센티브를 준다' 고 하는 기업이나 대학도 나옴직하다.

곽재원 국제경제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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