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부자 별장촌’ 전락한 북촌 한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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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한옥을 보존해온 ‘북촌 한옥마을’이 ‘텅 빈 마을’로 바뀌고 있다고 한국일보가 2일 보도했다. 2001년부터 시작된 북촌 개발 사업으로 외지인들이 한옥을 대거 사들이면서 ‘강남 부자들의 별장촌’으로 전락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동안 서울시 지원금을 받아온 한옥 개ㆍ보수 공사도 지붕에 기왓장만 얹고 내부는 ‘콘크리트 양옥’으로 바꾸는, ‘무늬만 한옥’인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전통 보존이라는 취지에 어긋난다는 지적이다.

신문에 따르면, 북촌마을 한옥특별관리구역 중에서 한옥비율(95%)이 가장 높은 가회동 31번지의 경우 공방이나 갤러리ㆍ양옥 등을 제외한 거주용 한옥 71채 중 30%(20채)가 사람이 살지 않는 ‘빈 집’이었다.

2000년대 들어 외지인들이 거주 외의 목적으로 집을 대거 사들였기 때문이다. 이 지역 등기부등본을 조사한 결과, 2000년 이후 소유주가 바뀐 집이 45곳이었고, 이 가운데 소유자의 실 거주지가 다른 집이 32채나 됐다. 이들의 주소는 대부분 강남ㆍ서초ㆍ송파구나 용산구 한남동ㆍ이태원동이었으며 해외에 살고 있는 경우도 있었다.

서울시는 2001년부터 전통한옥 양식을 유지하면서 개ㆍ보수를 허용한 ‘한옥 수선기준’을 만들어 가구당 수천만원을 지원해왔으나 대부분 기준을 어기거나 편법으로 개ㆍ보수했다는 것.

이 지역 주민들과 부동산 관계자들은 “콘크리트 구조물을 지하층으로 신고하고 실제로는 1층 건물로 만든 경우가 태반”이라며 “외양만 그럴싸한 한옥이 됐다”고 말했다.

디지털뉴스 jdn@join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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