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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재건축 용적률, 상한선까지 다 되는 건 아니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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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0면

정부가 올 들어 재건축 용적률(대지 면적 대비 지상 건축 연면적 비율)을 법정 상한선까지 허용하면서 서울지역 재건축 아파트 값이 많이 뛰었다. 사업성이 좋아질 것으로 기대한 투자자들이 적극 매수에 나선 때문이다. 그러나 모든 재건축 구역의 용적률이 법정 상한선까지 보장되는 게 아니므로 투자에 주의해야 한다.

1일 본지 조사 결과 서울 재건축 구역 3곳 중 1곳의 실제 적용 용적률이 법정 상한선보다 10%포인트 이상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를테면 법정 상한선은 300%지만 최대한 높여 실제로 지을 수 있는 용적률은 280%인 식이다. 용적률 완화가 본격적으로 시행된 8월 이후 재건축 계획안을 세웠거나 확정한 구역 28곳 가운데 35%인 10곳에서다. 특히 낡은 단독주택이 밀집한 구역들에선 2곳 중 1곳이 법정 상한선에 훨씬 못 미쳤다.

대부분 법정 상한 허용 전보다 용적률이 올라가긴 했지만 규제 완화의 덕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이다. 구역별로 규제 완화 혜택이 천차만별이어서 실제 용적률이 법정 상한보다 40%포인트 낮은 곳도 있다.

이는 이들 구역이 각종 건축 기준을 충족시키는 데 불리한 입지여건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건축 기준에는 지역별 높이 제한, 일조권 보장, 도로 폭 사선 제한(도로 폭과의 관계를 따져 건물 높이를 제한하는 것) 등이 있다. 정부는 이들 기준을 모두 충족하는 범위에서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까지 최대한 허용한 것이어서 입지여건이 떨어지면 용적률에 한계가 있다.

어떤 구역들이 법정 상한선까지 용적률을 허용받지 못할까. 층수 제한이 있는 2종 주거지 가운데 특히 7층 이하로 묶인 곳에서는 용적률을 법정 상한선(250%)까지 올릴 수 없다. 서울 서대문구 홍은동의 A구역이나 북가좌동 B구역 등이 이런 경우다. 서대문구청 주택과 정일선 주사는 “일조권 확보를 위한 동간 거리 기준 등 때문에 건물 동수를 늘리기 어려운 상황에서 층수 제한을 받으면 용적률이 낮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업지가 구릉지(경사진 곳)거나 대지 모양이 불규칙한 곳도 마찬가지. 강동구 고덕동의 C구역은 사업지가 ‘ㄱ’자 형태여서 일조권을 감안해 아파트를 배치하려면 용적률을 상한선까지 올릴 수가 없다. 성북구 정릉동의 D구역과 같이 사업지가 경사진 곳은 서울시가 경관 보호 등을 이유로 높이를 규제하기 때문에 용적률 혜택을 다 받지 못한다.

역사문화미관지구·고도제한지구 등 용도지구(미관·경관·안전 등을 이유로 특별히 관리하는 지역)도 용적률 발목을 잡는다. 부지 일부가 용도지구에 포함됐거나 인접해 있다면 다른 지역보다 더 까다로운 건축 규제를 받기 때문이다. 홍제동 E구역의 경우 역사문화미관지구와 가까워 일부 동은 4층 이상으로 올릴 수 없다. 이런 지역이 아니더라도 주변 기반시설 형편에 따라 용적률이 달라지기도 한다. 도로 폭 사선 제한 때문이다. 강남구 F아파트는 인접도로 폭(8m)이 좁아 높이 제한(105m 이내)을 받는 바람에 용적률이 법정 상한보다 30%포인트 가량 낮다. 인근 다른 단지는 도로 사정이 좋아 용적률을 법정 상한까지 높일 수 있다.

디에스포럼건축사무소 박형준 상무는 “대체로 아파트가 많은 지역보다 기반시설 여건이 열악한 단독주택 지역이 용적률을 높이기에 불리하다”고 말했다.

용적률이 차이 나면 투자성이 크게 달라진다. 용적률이 낮으면 분양 수입이 줄어 그만큼 조합원이 추가로 부담해야 하는 돈이 늘어나게 되는 것이다. 강남 F단지의 경우 당초 기대한 법정 상한(300%)까지 용적률을 적용하지 못하는 바람에 건축 연면적이 10%가량 줄면서 분양 수입이 조합원당 8000만원 정도 감소할 것으로 예상된다.

재건축·재개발정비업체인 J&K 백준 사장은 “지역만 보고 묻지마 투자를 해서는 안 된다”며 “구역별로 구체적인 기반시설 상태 등을 감안해 용적률을 따져보고 투자성을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황정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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