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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국 3년 tvN의 재미있는 변신 이끈 PD 출신 송창의 대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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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7면

tvN 송창의 대표는 “방송의 경쟁력은 역시 새로운 발상에 있다”고 말했다. [tvN 제공]

일주일에 시청률 1~2%대 프로그램이 5개. 지상파에선 ‘망조’라 하겠지만, 케이블업계에선 ‘사이클링 히트’다. 불륜·배신·출생의 비밀 따위도 없다. 남녀의 화장실 이용법 등 사소한 차이를 조망하거나 (‘재밌는 TV 롤러코스터 - 남녀탐구생활’), 최고 강사가 수험생의 공부 방법을 리모델링해 주는 (‘80일만에 서울대 가기’) 식이다. 모두가 한때 ‘독한 채널’의 대명사였던 tvN에서 자체 제작한 프로그램들이다.

독하든 순하든, tvN 콘텐트의 한가운데 그가 있다. ‘일요일 일요일 밤에’ ‘남자 셋 여자 셋’ 등 MBC 예능 히트작을 양산했던 스타 PD 출신의 송창의(56) 대표. 최근 서울 상암동 tvN본사에서 만난 그는 “시행착오 끝에 tvN만의 새로움을 찾아낼 수 있었다”고 했다. ‘막장 채널’에서 ‘아이디어 채널’로 변신하게 된 배경을 물었다.

-요즘 tvN이 참 많이 달라졌다.

“개국(2006년10월19일) 후 3년여 간 시행착오를 겪으면서 진화했다. ‘무플보다 악플이 낫다’는 생각에 새로운 실험을 많이 했다. 지금은 아이템이 아니라 접근 방법의 차별화에서 찾으려고 한다. 지금 지상파를 봐라. 수년간 같은 형식만 고집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인프라나 출연진은 그에 못 미치지만 케이블스럽게 웃음을 주는 방법을 고민했다. ‘롤러코스터’의 출발점도 ‘남들처럼 공개코미디 할 게 아니라 ENG카메라 들고 야외로 나가자’였다. 이런 기획이 먹혔는지 시청자들이 서서히 tvN 콘텐트에 호감을 느끼는 듯하다.”

-초창기엔 ‘스캔들’ ‘tv엔젤스’ 등 선정성 논란이 많았다.

“당시엔 케이블업계가 전반적으로 선정·에로 위주여서 그 분위기에 맞춰간 것 같다. 지금도 ‘페이크 다큐’(가짜 다큐)류의 장르 실험을 후회하지 않는다. 다만 시청률이 좋아도 광고는 안 붙더라. 요즘은 너른 연령대서 고른 호평 받으니 광고주도 좋아한다. 지금은 ‘19금’(19세 이상 시청가능) 하나도 없고, 앞으로도 제작할 생각이 없다. 편성 효율(재방송)에서도 방송시간이 제한되는 ‘19금’이 유리할 게 없다.”

-요즘 논란이 되는 지상파 막말 토크쇼도 케이블 영향 아닌가.

“부분적으로 영향이 있을지 몰라도, 따라 했으면 그들 책임 아닌가. 게다가 우리는 요즘 안 하는데 지상파가 오히려 반대로 가는 것 같다. ‘롤코’의 ‘막장극장’은 패러디물이다. 예전 같으면 ‘너희들이 더하면서’ 같은 소리 들었겠지만, 지금은 안 그렇다. 심의 받은 것도 1~2년 새 거의 없다. ‘막장 드라마’를 코미디 소재로 이용할 정도로 자신감이 붙었다는 얘기다. 앞으로도 케이블환경에 맞으면서, 다른 데서 볼 수 없는 새로운 프로를 만들겠다”

-자체제작 비율이 60%에 이르고, 본격 드라마(‘미세스타운’)까지 준비 중이다. 케이블 살림으로 가능한가.

“요즘 지상파 드라마는 편당 10억원도 가던데, 우린 ‘막돼먹은 영애씨’를 편당 3500만-4000만원으로 찍었다. 사실 비용절감 자체가 목표는 아니었다. 헝그리 정신을 포지티브(positive)하게 갖고 가며 패러다임을 만들어내려 했고, 덕분에 ‘택시’ ‘영애씨’ 등이 탄생했다. ‘미세스타운’은 드라마 자체 제작 역량을 쌓기 위한 첫 단추다. 광고·판권 확보 위해서라도 자체 제작은 필수다. 킬러 콘텐트를 통해 tvN의 칼라를 분명히 하고 싶다. 한마디로? 재미 있는 TV.”

-3년째 적자를 못 벗어나고 있는데.

“지난해 금융위기 때 적자폭이 확 늘었지만, 최고경영진의 결단으로 계속 투자했다. 다른 데처럼 수입물 갖다 틀면 금새 돈 벌 수 있지만, 좋은 콘텐트 만들자고 방송 하는 것 아닌가. 아쉬운 것은 지금 방송정책이 너무 지상파 위주라는 것이다. 지상파가 대학원생이면 우린 유치원생인데, 정책적으로 광고 시장 균형을 맞춰줘야 채널 생태계가 보호받을 수 있다.”

송 대표가 요즘 눈여겨본 프로그램은 Mnet의 ‘슈퍼스타K’. “스케일과 디테일이 조화된, 잘 만든 프로”라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올 3월부터 CJ미디어 제작본부장을 겸해온 그는 11월 초 CJ미디어가 tvN을 합병하면서 tvN 대표직은 내려놓게 된다. 탁상 달력에 한달 치 전시·공연 스케줄이 빼곡했다. “평생 내 현업은 PD”라고 말하는 그는 ‘창의성의 근간은 인문학’이라고 믿는다.

강혜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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