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9 중앙서울마라톤] 두 팔로도 달렸다, 국내 첫 휠체어 레이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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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처음 채택된 휠체어 부문(42.195㎞ 풀코스)에 참가한 선수들이 전력을 다해 질주하고 있다. 2008 베이징 패럴림픽 400m 금메달 리스트인 홍석만은 4위를 했다. 홍석만은 “지난주 일본에서 대회를 치르고 오느라 컨디션이 좋지 않았다”고 말했다. [김형수 기자]

한국 휠체어 경기 간판 스타 홍석만(34)이 국내에서 열리는 국제마라톤대회 사상 최초로 진행된 휠체어 42.195㎞ 풀코스 부문에서 4위에 올랐다. 5개국 16명의 선수가 참가해 일본 선수들이 1~3위를 휩쓸었다.

◆홍석만 “세심한 대회 운영 놀랍다”=지난주 일본에서 열린 휠체어 마라톤 대회에 출전한 뒤 일주일 만에 다시 뛴 레이스는 힘에 부쳤다. 3시간밖에 못 자 몸 상태도 썩 좋지 않았다. 네 번째로 결승선을 빠져나온 홍석만은 못내 아쉬운 표정이었다. 기록도 1시간35분55초로 만족스럽지 못했다. 올해 2위에 오른 서울국제휠체어마라톤 때보다 6분 이상 늦었다. 홍석만은 “초반부터 힘들었고 반환점부터 처졌다. 바람까지 많이 불어 애를 먹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홍석만은 이내 밝은 표정을 되찾았다. 그는 “외국에는 비장애인과 같은 코스를 뛰는 휠체어 마라톤 대회가 많다. 국내에는 그런 대회가 없어 아쉬웠는데 중앙서울마라톤이 오랜 숙원을 풀어줬다”고 말했다. 휠체어 선수에 대한 세심한 배려에도 감사를 전했다. 그는 “주최 측이 외국 대회 모니터링을 잘 한 것 같다. 휠체어 선수들과 일반 참가자가 엉키지 않도록 골인 지점에서 레인을 분리한 건 정말 훌륭했다”고 덧붙였다.

홍석만의 주종목은 도로가 아닌 트랙 경기다. 2008 베이징 패럴림픽 400m에서 47초67의 세계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목에 건 선수가 홍석만이다. 풀코스는 가끔 뛴다고 한다. 이번 대회가 세 번째 공식 레이스다.

홍석만은 “일단 휴식을 취하고 훈련을 재개할 생각이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아경기대회 400m와 800m 금메달을 목표로 하고 있다. 내년 대회에 다시 참가하고 싶다”고 말했다.

◆호키노우에, 유일한 20분대로 우승=공식 풀코스 주로 위를 가장 먼저 출발해 결승 테이프를 처음으로 끊은 사람은 휠체어를 탄 호키노우에였다. 호키노우에는 결승선을 통과한 뒤 가쁜 숨을 몰아쉬었다. 물 한 번 마시지 않고 온 힘을 다해 바퀴를 굴렸으니 그럴 만도 했다. 기록은 1시간29분11초로 참가 선수 가운데 유일한 20분대였다. 호키노우에는 “바람이 불어 약간 힘들었다”면서도 오르막에 강한 선수답게 “후반부에 오르막과 내리막이 많아 이길 수 있었다”고 말했다.

김우철 기자, 사진=김형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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