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경수로 자금 조달] 9년간 4천억씩 국민 부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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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주는 데는 총 46억달러(약 5조6백억원)가 들어간다.

이 가운데 한국은 70%에 해당하는 32억2천만달러(3조5천4백20억원)를 부담하게 돼있다.

정부는 이같이 막대한 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일반 전기요금에 3% 이내의 부담금을 가산해 재원을 충당할 계획이다.

결국 국민의 세금으로 북한에 경수로를 지어 주겠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는 이같은 방침을 정해 놓고도 선뜻 실행에 나서지 못하고 있다.

국민의 세금부담이 늘어나는 데 따른 조세저항이 예상되는데다 전기료 인상이 물가상승 요인으로 작용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정부는 일단 급한 불을 끄기 위해 국채를 발행하기로 했다.

경수로 기획단의 한 관계자는 "여러 가지 사정상 99년 기초공사비 등으로 사용됐던 1천5백억원과 내년도 집행액 2천억원은 국채 발행을 통해 일단 마련할 것" 이라고 말했다.

지난 5월 열렸던 국무회의에서 부담금 부과시기를 '경제여건이 호전될 때' 라고 막연히 규정한 것도 이같은 반대여론을 의식한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면서 정부는 국민을 설득하기 위해 부심하고 있다.

경수로 공사 기간을 9년으로 잡았을 때 한국이 매년 부담해야 할 액수는 4천억원 정도다.

지난해 한국전력공사의 전기판매수익 14조원 가운데 일반 가정용 판매수익이 24.5%이기 때문에 1천6백31만 가구에 월 5백원 정도씩 부담이 돌아간다.

따라서 일반 가계(家計)에 커다란 짐이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이에 대해 야당은 "미국이 일방적으로 북한과 합의해 놓고 우리에게 과도한 부담을 떠넘긴다" 고 지적하면서 "북한이 '3년 거치 17년 상환' 하겠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상환보장은 없는 것 아니냐" 며 반대하고 있다.

여당으로서도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둔 시점이어서 조심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경수로 부담금 부과의 법적 근거를 마련하기 위한 남북협력기금법 개정안이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에 계류돼 있는 것도 이같은 여야의 입장 때문이다.

따라서 전기료에 부과하는 방식은 내년 총선 이후에나 실행에 옮겨질 것으로 전망된다.

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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