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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순맞는 수필가 전숙희씨 8권짜리 문학전집 펴내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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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1면

올해로 팔순을 맞는 수필가 전숙희씨의 60년 문학인생 발자취가 '전숙희문학전집' (동서문학사)여덟권으로 묶여나왔다.

강원도 통천 태생인 전씨는 본래 39년 '여성' 지에 단편소설 '시골로 가는 노파' 를 발표하면서 등단했다.

이후 그가 주력한 것은 수필이지만, 우리 문학계에서 차지하는 자리는 한 사람의 수필가 몫을 훨씬 넘어선다.

70년 문예지 '동서문화' (현 '동서문학' 의 전신)창간, 83~91년 국제펜클럽 한국본부 회장역임 등을 거치면서 그가 벌여온 해외문학교류사업과 한국문학진흥사업은 가히 독보적인 규모다.

문학전집 출간을 기념, 각계인사 94명이 쓴 글을 모아 전집과 함께 펴낸 '내가 본 전숙희' (동서문학.9천원)는 그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눈길을 짐작하게 한다.

다양한 '전숙희론' 의 글제목을 빌자면, 그는 각종 굵직한 문학사업을 앞장서 벌여온 "한국문단의 평생대모" (유안진) "우리문단의 '큰어머니' 혹은 여족장" (이문열)인 동시에, "늘 언니같은, 때로는 엄마같은" (박완서)세심한 마음씀으로 후배문학인들을 챙겨온 선배이자, "영원한 소녀" (이근삼)의 감수성을 지닌 문학인이다.

여덟권의 전집은 '문학, 그 고뇌와 기쁨' '탕자의 변' 등 주제별로 묶여있다.

이화여고시절 '글을 가장 잘 쓰는 학생' 이라는 이유로 이화여전 문과에 무시험장학생으로 입학한 일, 후에 월북한 소설가 이태준선생의 추천으로 습작소설 중 한 편이 '여성' 지에 발표된 일, 그 이듬해 신문사 신춘문예에 응모했다 낙선해 소설습작원고 1천여장을 불태워버린 일 등 개인사가 담긴 수필도 흥미롭지만, 이 전집의 의미는 더 큰 곳에 있다.

'펜이야기' 란 제목으로 한 권 분량에 간추린 국제펜클럽한국본부의 역사, '러시아기행' 이란 이름으로 기록한 한.러문학교류사 등이 고스란히 지나간 1백년 우리 문학사의 주요한 대목이다.

"차라리 '나의 참회록' 을 쓰라면 어리석고 죄 많은 삶의 회한이 쏟아져 나올 것 같다" 고 머리말을 시작한 작가는 "새 세기를 맞이하는 젊은이들에게는 고로(古老)의 잡담일 지 모르지만, 이 짧은 글 하나하나에는 20세기를 살아온 우리 세대의 생각과 삶이 담겨있다" 고 전집을 펴내는 변을 적었다.

오는 16일 오후6시 서울 조선호텔1층 그랜드볼룸에서 출간기념회가 열린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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