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 폐지국이 더 많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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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인간이 고안해낸 형벌 중에서 가장 긴 역사를 지니고 있다는 사형(死刑)제도는 현대로 접어들면서 점차 폐지되는 추세에 있다.

사형폐지운동은 77년 12월 국제사면위원회가 사형제도에 반대하는 '스톡홀름 선언' 을 내놓은 뒤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후 유엔 및 인권단체들의 꾸준한 활동에 힘입어 국제사회의 대세로 자리잡고 있다.

올들어서는 6월에 러시아가 사실상 사형제도를 없애는 등 해마다 2개국 정도가 사형제도 폐지에 동참하고 있다.

국제사면위에 따르면 현재 지구상에서 법적 혹은 실질적으로 사형을 폐지한 나라는 1백6개국으로 사형 존치국가(89개국)보다 많다.

이들 1백6개국 중 14개국은 군법이나 전시(戰時) 등에만 사형을 적용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24개국은 사형제도는 있지만 최근 10년간 한번도 사형이 집행된 적이 없다.

유럽.오세아니아.중남미의 대다수 국가들은 사형제도를 폐지한 반면 대다수 아시아.아프리카.중동 국가들은 그대로 유지하고 있어 대조적이다.

지난달초 EU국가들이 유엔에 사형제도 폐지 결의안을 제출하자 아시아.중동 국가들이 "각국의 정치.문화적 특성을 무시한 내정간섭" 이라고 반발한 적도 있다.

미국은 72년 사형제도를 폐지했다가 4년 만에 부활시켰으며, 현재 38개주에서 사형제도를 유지하고 있다.

사형제도 부활 이후 처형된 사람은 5백96명이다.

워싱턴 포스트지는 13일 올해 들어서만 96명이 처형되는 등 최근 들어 형 집행이 크게 늘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은' 특히 죄질이 나쁠 경우' 미성년자까지도 사형에 처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몇 안되는 나라 가운데 하나'여서 국제사면위의 집중적 공격을 받고 있'다.

한국에서도 가톨릭 등 종교단체를 중심으로 사형제도 폐지 움직임이 활발하게 일고 있는데, 최근 여야의원 91명이 사형폐지 특별법안을 국회에 제출하기도 했다.

전세계적으로는 해마다 2천여명, 하루 평균 6명이 형장의 이슬로 사라지고 있다.

형 집행의 약 85%가 중국.이슬람국가.미국에서 이뤄지는 것으로 집계되고 있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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