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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내신 선발' 부작용…학교간 학력차 인정안해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5면

고교 입시에서의 내신성적 반영을 둘러싸고 곳곳에서 부작용이 일고 있다.

올부터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내신성적만으로 신입생을 뽑거나 내신비중을 대폭 올린 고교 입시제도를 도입했지만 학교간 학력격차 등을 감안하지 않고 내신성적을 적용, 손해보는 학생들이 많아졌기 때문이다.

또 일부에서는 내신성적 가점제도가 불합리하게 운용되고 있기도 하다.

◇ 학력격차 무시〓대전은 이번 입시부터 내신성적 1백%만으로 '인문계'고교 진학자를 선발한다.

대전 지역 우수학교로 알려진 D중학교의 경우 인문계 고교 진학률은 62%로 지난해보다 13%포인트나 떨어졌다.

내신과 선발고사를 합산했던 지난해까지만 해도 75%가 인문계 고교를 갔었다.

결국 새 제도로 인해 인문계를 가려던 학생 상당수가 실업계로 진학하게 된 것이다.

대전 E중학교 李모(40)교사는 "3학년 학생 5~6명은 내신을 잘 받기 위해 학력에 비해 내신을 잘 받을 수 있는 시외지역 학교로 학년초 전학갔다" 고 털어놨다.

전남 순천지역의 경우 올해 8개 인문계 고교 응시자 중 정원을 초과한 1백50명이 탈락하게 되어 있다.

이는 상대적으로 농촌지역에 해당되는 광양.고흥.여수 등지의 학생들이 순천으로 몰렸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순천지역 학생들이 정원을 못 채운 광양이나 보성지역 학교를 찾아 본의 아닌 '유학' 을 가야 하는 사태가 빚어지게 됐다.

고입에 떨어질 것을 예상한 학부모들은 "학교간 학력격차를 감안하지 않고 내신성적만 1백% 적용해 떨어진 것은 받아들일 수 없다" 며 교육청 등에 연일 항의하고 있다.

고교 평준화 지역에 이번 입시부터 내신 1백% 적용제도를 도입한 경기도에서도 반발이 나오고 있다.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도시지역 중학생들이 농촌지역 학생들보다 내신이 불리한 것은 사실" 이라고 문제점을 시인하며 "내년 2월쯤 개선 방안을 내놓겠다" 고 밝혔다.

이미 내신만에 의한 고교입시 무시험전형을 실시하고 있는 서울 및 인천지역은 탄력적으로 인문계 정원을 조정하는 등 입시제도를 개선, 부작용을 크게 줄였다.

현재 충남 등 일부지역을 제외한 전국 대부분의 지역이 올부터 고교입시에 무시험 전형을 도입했다.

◇ 불합리한 내신 가점制〓고입 내신 성적에 국가자격증 가점제도를 도입한 전북교육청의 경우 초등학교 때 딴 자격증은 인정하지 않아 학부모들의 반발을 사고 있다.

초등학교 때 워드프로세서 자격증을 딴 金모(15.중3.전북 전주시 중노송동)군의 학부모는 "한번 취득하면 평생 동안 효력을 인정받는 국가인정 자격증의 기본취지를 무시한 처사" 라고 말했다.

정재헌.천창환.김방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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