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2K 불안 확산…대비 분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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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首都圈 의원들 바빠졌다 일부 은행점포들은 요즘 현금 보유물량을 평소보다 최대 50%까지 늘리고 있다.

Y2K(컴퓨터 2000년도 인식오류)로 인한 현금인출 러시에 대비하기 위해서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아직 본격적으로 돈을 찾는 사람은 많지 않지만 문의가 늘어 미리 준비하고 있다" 고 말했다.

'빈틈없이 준비했다' 는 정부 발표에도 불구하고 Y2K에 대한 우려가 조금씩 확산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연말이 다가올수록 가시화하는 양상이다.

이에 대해 Y2K인증센터의 최성규 원장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도 없지 않지만 우리나라는 물론 전세계가 오래 전부터 대비해온 만큼 차분하게 대처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고 지적했다.

최근 두드러진 현상을 정리한다.

◇ 해외여행 자제〓자유여행사 관계자는 "Y2K를 우려하는 관광객들의 해외여행 자제 움직임 때문에 당초 기대했던 밀레니엄 특수(特需)는 찾을 수 없다" 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특히 12월 31일과 내년 1월 1일은 장거리 해외여행을 가급적 피하려는 경향이 뚜렷해 예년의 경우 연말연시엔 표 구하기가 하늘의 별따기였던 호주.하와이 항공편도 올해는 비교적 쉽게 구할 수 있다" 고 말했다.

실제로 중소 무역회사 사장 李모(35)씨는 연초 직원 2명과 함께 카자흐스탄 등 중앙아시아 3개국에 출장, 전자제품 시장 파악에 나서려 했다가 계획을 한달쯤 미루기로 했다.

현지사정 파악이 급하긴 했지만 연말연시 휴가기간이 겹쳐 업무 효율성이 떨어지는 데다 Y2K 때문에 항공여행이 아무래도 걱정됐기 때문이다.

◇ 비상용품 사두기〓지난 10일 한화유통매장을 찾은 주부 전영순(29.서울 잠실동)씨는 비상식량과 각종 생필품이 들어 있는 'Y2K 비상 생필품 세트' 를 샀다.

손재우 대리는 "주로 신세대 주부들이 많이 찾는다" 고 말했다.

이 세트에는 쌀.라면.생수.부탄가스.양초.성냥.참치캔.햄.초코파이.인스턴트 포장밥 등 10여 가지 품목이 10~15일치 들어 있다.

한화유통은 전국 매장에 Y2K세트를 파는 특별코너를 설치, 지금까지 모두 4백여개나 팔았으며 최근 찾는 사람이 늘고 있다는 것.

라면.생수업체들도 연말 수요가 갑작스레 늘어날 것에 대비, 1주일~10일분의 재고를 미리 확보해 놓고 있다.

◇ 불안한 의료기관〓결혼 4년째인 삼성전자 朴모(32)대리. 출산이 가까워진 부인(31)이 병원에 다녀올 때마다 '뉴 밀레니엄 베이비' 를 갖는다는 게 기쁨 못지않게 걱정이 적지 않다.

순산을 기대하고 있지만 혹 발생할지 모를 의료기관의 Y2K문제 때문에 불안감이 가시질 않기 때문이다.

특히 Y2K문제가 우려되는 기기 중에는 신생아 보육기(인큐베이터). 인공호흡기.마취기 등 필수 의료장비가 포함돼 있어 朴대리의 불안감을 가중시키고 있다.

S.A.K 등 서울시내 유명 병원을 포함해 전국 1천여개 병원급 의료기관은 Y2K 대처 모의연습과 보건복지부 인증 등의 절차를 마친 상태지만 불안해하는 환자들의 문의전화에 응하느라 곤욕을 치르고 있다.

◇ 늘어나는 현금수요〓지난 11일 은행을 찾은 주부 文모(30.서울 공덕동)씨는 "Y2K 때문에 사회에 큰 혼란이 벌어질 것으로는 생각지 않는다" 면서도 "만일을 대비해 평소 비상금 외에 현금을 40만원쯤 더 찾아두었다" 고 말했다.

국민은행 관계자는 "Y2K 점검을 충실하게 한 데다 연말연시 은행업무가 중단되는 만큼 혼란은 없을 것으로 보지만 평상시의 월말.연말보다는 현금수요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 현금보유를 늘리고 있다" 고 말했다.

은행들은 또 Y2K발생에 대비해 올해말 예정됐던 신상품 개발을 대부분 내년 초 이후로 미뤄놓고 있다.

때문에 조폐공사도 때아닌 특수를 누리고 있다.

기업과 은행들이 Y2K를 앞두고 금융혼란이 생길 것을 우려, 현금확보에 나서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한국은행도 1만원권 지폐 5천만장을 추가 발주했다.

◇ 직장마다 당직 늘리기〓서울 강남 차병원의 연말연시 연휴기간 중 당직 근무인원은 1백80명. 지난해 근무인원의 두 배나 되며 전직원의 36%에 달한다.

Y2K인증까지 받았지만 인명을 다루는 의료기관의 특성상 전문의 50여명이 비상대기하고, 의료장비팀.전산팀.시설관리팀 등도 전원 비상근무키로 했다.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도 지난해보다 10배 이상 늘어난 2백20~1백60명이 당직을 선다.

통신업체들과 대기업들도 만일의 사태에 대비, 당직근무 인원을 크게 늘리고 있다.

현대그룹은 이달 30일부터 내년 초까지 전산시스템을 끄는 한편 2천3백명에 이르는 전산요원이 비상 대기하기로 했다.

사회부.산업부.경제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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