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찜찜한 Y2K…가정도 기업도 불안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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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가족과 함께 괌 여행을 준비했던 李화원(39.경기도 성남시 신흥동)씨는 며칠 전 계획을 취소했다.

12월 말부터 시작되는 4박5일간의 여행일정 중 Y2K(컴퓨터 2000년 연도 인식 오류)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주변의 만류 때문이었다.

李씨는 "대신 동해쪽으로 행선지를 바꿨다" 고 말했다.

새 밀레니엄이 임박하면서 Y2K문제를 우려하는 시민들의 불안감이 확산되고 있다.

이 때문에 해외출장.여행 취소가 잇따르는가 하면, 현금을 미리 인출하고 비상용품을 사두는 주부들이 급증하고 있다.

병원에는 산부인과 등을 중심으로 하루에도 10여통의 문의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한화유통 관계자는 "늘어나는 라면.생수 수요에 맞추기 위해 10일분의 재고를 확보해 놓은 점포도 있다" 고 말했고, 아시아나항공 임재철 과장도 "예년에는 1백%를 훨씬 넘던 연말연시 예약률이 올해는 90%에도 못미치고 있다" 고 밝혔다.

이에 따라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은 12월 31일부터 2000년 1월 1일까지의 운항 편수를 줄이는 한편 연말연시 당직인력을 지난해의 10배로 늘리기로 했다.

기업들도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자동차 부품업체인 S정밀(서울 구로공단)은 원자재 조달이 안돼 공장가동이 중단될 경우에 대비해 통상 보름치인 재고량을 한달치로 늘리기로 하고 최근 이웃 창고까지 빌렸다.

이런 불안감이 확산되는 데는 정부의 홍보 부족도 한몫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여론조사기관인 미디어리서치가 주부 4백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대다수가 "Y2K가 무언지는 안다" 면서도▶65.5%가 "대비가 전혀 안돼 있거나 대처요령을 모른다" 고 응답했다.

주부 조순현(40.서울 돈암동)씨는 "정부는 안심해도 된다지만 뭔가 준비하지 않으면 안될 것 같아 불안하다" 고 말했다.

이에 대해 Y2K해결 시민포럼 대표 강용석(35)변호사는 "연말이 가까워지면서 사회 전반에 Y2K 신드롬이 확산되고 있다" 며 "주의는 하되 너무 혼란스러워할 필요는 없다" 고 말했다.

정보통신부 안병엽 차관은 "기업이나 인프라 분야는 수차 점검한 만큼 사회 기본 서비스가 마비되는 일은 없을 것" 이라며 "차분히 대응해줄 것" 을 당부했다.

이민호.권영민.서익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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