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마다 용두산공원서 춤판 조상현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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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조상현(曺□鉉.29.부산 강서구 대저1동)씨. 그는 청소년들 사이에 '부산 청소년 춤꾼들의 대부' 로 통한다. 비록 춤을 추지 못하지만 청소년들이 마음껏 춤 출수 있는 자리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지난해 4월부터 용두산공원 시민의 종각 뒤쪽 광장에서 청소년을 위한 춤판을 열고 있다. 춤판을 열게 된 것은 우연한 일에서 비롯됐다.

취미활동으로 사진을 촬영하기 위해 자주 이 공원을 찾던 그는 청소년들이 공원 한구석에서 카세트를 틀어놓고 춤 연습하는 모습을 보게 됐다.

"순간 청소년들을 위한 놀이공간이 너무 부족하다고 느꼈습니다. 조금만 신경 쓰면 청소년들이 건전하게 젊음의 끼를 발산하겠구나 하고 생각했죠. "

김해공항 보안검색대에서 일하는 그는 자신의 월급을 쪼개 앰프시설과 무대장치를 마련했다. 브레이크 댄스도 가능하도록 대형장판도 장만했다.

무대설치.인원통제.공연사회 등 모든 일을 혼자서 꾸려나갔다. 국제시장에서 장사를 하던 한 아주머니가 그의 뜻에 공감, 간식.음료 등을 갖다 주기도 했다.

그때부터 거의 매주 일요일 오후 2시 용두산 공원에는 춤판이 벌어진다. 소문이 나면서 부산지역 웬만한 청소년 댄스 팀들은 한 번씩 다 출연했다.

힙합 풍으로 무장한 10대들이 맘껏 춤솜씨를 뽐낼 때마다 2천여 명이 넘는 구경꾼들이 무대를 둘러싼다.

"청소년들이 너무 기뻐했습니다. 그들이 좋아하는 춤을 수많은 사람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마음껏 출 수 있으니까요. " 춤판의 횟수가 늘어나면서 초등생은 물론 일반 시민들도 신이나 춤판에 합류했다. 인원통제가 불가능할 정도였다.

청소년만의 춤판이 아니라 신.구세대의 놀이공간으로 바뀐 것이다.

지난 5월엔 힙합 댄스 경연대회도 열렸다. 그는 이 같은 숨은 공로를 인정받아 지난해 10월 부산 중구청으로부터 감사패를 받기도 했다.

인터넷 '용두산' 사이트(http://www.yongdusan.pe.kr)에 들어가면 춤판 일정.출연 팀 등을 알 수 있다.

김관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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