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니 비웃었지만 … 지금 현대차 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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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왼쪽에서 셋째)·이경자 부위원장(오른쪽) 등이 30일 100번째 방송통신위원회 회의 개최를 자축하는 케이크를 자르고 있다. 방통위는 지난해 3월 26일 첫 회의를 열어 방통위 회의 운영 규칙을 의결한 이래 1년7개월여 동안 100번의 회의를 열어 544건의 안건을 처리했다. [방송통신위 제공]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30일 ‘글로벌 미디어 그룹’을 향한 비전과 역량을 향후 종합편성채널 선정의 핵심 키워드로 제시했다. 최 위원장은 지난 7월 미디어법이 국회에서 통과된 직후 연 기자회견에서도 “글로벌 경쟁력을 비중 있게 평가하겠다”고 밝혔었다.

최 위원장은 이날 “새로 출범하는 종편 사업자가 언어의 장벽을 넘어 글로벌 미디어로서 내일을 꿈꾸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세계 미디어 시장은 거의 미국이 차지하고 있으며 독일·프랑스·영국이 한 개씩 정도 명함을 내밀고 있다”며 “그런 시장을 한번 파고 들어가 보자는 게 우리가 지향하는 목표”라고 밝혔다. 한국이 그런 역할을 할 수 있겠느냐는 냉소주의와 패배주의에 대해서도 일침을 가했다. 그는 “1970년대 포니 자동차가 나왔을 때 시장에서 모두 비웃었다”면서 “30년 세월이 지난 뒤 현대 제네시스는 세계적 명차로 등극했고 우리 기술력을 세계에 과시하고 있다”고 예를 들었다. 그는 “우리도 그것(도전과 성취)을 지향하면서 글로벌 미디어를 한국에서 탄생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 5월 월트디즈니 그룹의 최고경영자들을 만났던 경험도 얘기하며 “시청자가 공감하는 스토리텔링만 있으면 언어장벽은 쉽게 극복할 수 있다는 게 그들의 조언이었다”고 소개했다.

최 위원장이 이처럼 ‘글로벌 청사진’을 공개적으로 강조한 건 미래지향적인 미디어 정책을 펼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으로 분석된다. 방통위 관계자는 “전 미디어가 국경 없는 경쟁을 벌이는 상황에서 세계 시장을 개척할 수 있는 능력과 의지를 가진 사업자에게 우선적인 기회를 주겠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올 2월 영국과 프랑스, 5월 미국과 일본을 방문하며 이런 구상을 구체적으로 가다듬었다.

최 위원장은 당시 선진국들을 방문한 자리에서 “세계 각국은 세계적 미디어 기업을 키우려 노력하는데 우린 그 흐름에서 뒤처지는 것 같아 안타깝다”고 여러 차례 말했었다. 뉴스채널 CNN을 방문한 뒤 열린 간담회에선 “한국에선 세계적 미디어 기업이 나올 수 없다며 미디어 육성론을 비판하고 정치적 잣대를 들이대는 사람들은 과거 테드 터너를 어리석다고 비판했던 사람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언급했다. 테드 터너가 80년 CNN을 설립하면서 ‘24시간 뉴스 채널’이란 아이디어를 현실화했을 때 많은 사람이 냉소했던 일화를 빗댄 것이었다.

최 위원장의 30일 언급 역시 즉흥적으로 나온 게 아니라 미디어 선진국 탐방과 오랜 고민을 거쳐 나온 해법임을 강조한 셈이다.


이상복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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