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온다던 ‘링의 전설들’ 불참 통보에 WBC총회 행사 파행 … 국제적 망신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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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제주도가 세계권투평의회(WBC) 제주총회(11월 2~6일)에 해외 유명 복서들이 참가한다고 발표했다가 이를 번복해 국제적 망신을 자초하고 있다. 고경실 제주도 문화관광교통국장은 30일 “해외 유명 복서들이 1등석 항공좌석권과 경호원·가족 동반에 따른 체재경비를 요구해 부득이 받아들일 수 없게 됐다”고 말했다. <본지 10월 28일자 33면>

이에 앞서 제주도는 27일 보도자료를 내고 “제주총회에 20세기의 복싱영웅으로 꼽히는 로베르토 듀란, 슈거 레이 레너드, 토머스 헌스, 마빈 해글러 등 전 세계챔피언 4명의 참가가 최종 확정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대회 개막 3일여를 앞둔 30일까지도 이들 중 한 명도 참가를 확약한 사례는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주도는 지난 20일에도 ‘핵주먹’ 마이크 타이슨이 총회에 참석한다고 발표했다가 하루 만에 ‘초청비’를 이유로 말을 뒤집었다. 타이슨은 3만 달러, 듀란 등 4명은 각각 2만 달러의 초청비를 요구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철헌 제주도 스포츠산업 담당은 “섭외 단계에서 본인들이 약속했고, WBC 호세 슐레이만 회장도 확인해줘 올 것으로 믿었는데 황당한 일이 벌어졌다”고 해명했다. 제주도가 발표했던 주요 행사도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6일로 예정했던 듀란 등 전 챔프들의 팬 사인회는 당연히 취소됐고, 동양태평양복싱기구(OPBF) 타이틀전 등 프로권투 8경기를 치르려던 계획도 없던 일이 됐다.

한영조 제주경실련 사무처장은 “실익도 없는 행사를 유치해 제주도 예산 3억5000만원만 낭비하는 전형적인 전시행정”이라며 “정작 되지도 않을 일을 벌여 망신까지 당하게 됐다”고 지적했다.

제주=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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