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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성 넘치는 한국, 디자인 조기교육이 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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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디자인계의 구루(Guru)라 칭송되는 영국 출신의 디자이너 조너선 아이브. 애플의 CDO(Chief Design Officer)인 그의 손을 거친 제품은 10대에서부터 50대에 이르기까지 국경을 불문하고 지갑을 열게 하는 마력이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디자이너 중 한 명으로 손꼽히고, 스티브 잡스가 “수천만 달러를 준다고 해도 절대 넘겨줄 수 없다”고 말한 그의 능력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그는 습관적으로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바라본다고 한다. 일례로 해바라기를 보고 디자인했다는 아이맥(iMac)은 일반인의 PC에 대한 인식을 바꾼 혁신적 제품으로 손꼽힌다.

아이브를 비롯한 영국의 많은 디자이너가 세계를 무대로 승승장구하며 전 세계 하이터치 시장을 장악하게 된 비결은 무엇일까. 해답은 간단하다. 볼펜에서부터 첨단기기까지 디자인의 영역을 넓혀온 그들의 히든 파워는 바로 창의적 사고와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디자인 기반의 교육프로그램에 있다.

디자인·게임·방송·영화 등 창조산업을 국가발전의 한 축으로 삼고 있는 영국은 디자인 교육에 대한 열정이 남다르다. 특히 ‘디자인과 기술’을 의무교육 과정에 포함하는 등 예술과 과학이 유기적으로 결합된 영국만의 디자인 조기교육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를 통해 영국은 세계적 스타 디자이너를 배출했을 뿐만 아니라 다방면에서 창의적 인재를 양성함으로써 자국의 창조산업이 1997년 이래 연 6%에 이르는 성장을 구가할 수 있는 근간을 마련했다. 비단 영국뿐만 아니라 미국도 ‘디자인을 기초로 한 교육’의 개념을 조기교육에 적용하고 있으며, 일본은 초등학교 3학년부터 디자인을 교육함으로써 창의적 아이디어와 풍부한 감성을 갖춘 인재 만들기에 나서고 있다.

반면 우리는 입시 중심의 주입식 교육과 선행학습에 그 초점을 맞추어 온 것이 현실이다. 디자인 교육 또한 1980년대 산업화를 거치면서 창의성보다는 ‘디자인 스킬’ 교육을 우선시함에 따라 사물을 한 가지 관점으로만 바라보게 되는 획일적 교육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에 정부는 지식경제 시대에 부합하는 창의적 인재를 육성하기 위해 ‘디자인적 사고’ 능력을 배양하는 디자인 조기교육을 추진하고 있다. 영국 등의 선진 디자인 교육프로그램에 한국적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형태의 한국형 커리큘럼과 콘텐트를 만들어 올 상반기에 전국 37개 초등학교의 ‘방과후 학교’에서 디자인 교육을 실시했고, 하반기에는 65개 학교로 확대할 예정이다.

한국인의 DNA 속에는 ‘Design Thinking’ 역량이 무한히 잠재돼 있다. 미래 먹을거리이자 국가 경쟁력의 근간이 될 창조산업 육성을 위해서도 미래세대의 이러한 잠재 역량을 발현시키고 키워야 한다. 기업·학교, 그리고 정부가 합심해 디자인 기반의 21세기형 인재 양성 시스템 구축에 나섬으로써 창조산업을 육성하고, 나아가 양질의 일자리를 창출하는 선순환 체계를 구축할 수 있을 것이다.

허경 지식경제부 신산업정책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