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내 생각은…

어차피 비정규직이 대세라면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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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현재 지구상 인구 60억 명 가운데 10억여 명이 실업자라고 한다. 대력 15%에 달하는 지구촌 사람들이 허송세월을 하고 있는 셈이다. 취업난의 근본적인 원인은 구인관과 구직관의 간극이 커졌기 때문이 아닐까 한다. 대부분 구직자인 젊은 세대가 찾는 직장은 정년까지 근무하고, 시간이 지나면 승진하고, 두둑한 퇴직금을 챙길 수 있는 곳이다. 그러나 그런 직장은 점점 사라지고 있다. 비정규직으로 사람을 뽑고, 정규직이라도 정년 보장이 없는 구인 문화가 요즘 추세다. 대부분 임시적·한시적이다. 그러니 젊은 세대는 갈 곳이 더더욱 없어졌다.

이러한 현상은 이미 10여 년 전 예고됐다. 제러미 리프킨은 『노동의 종말(The End of Works)』에서 첨단기술과 정보화, 경영혁신 등이 일자리를 사라지게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간혹 생기는 일자리도 임금이 낮은 임시직에 불과하다. 그는 이 같은 현상이 사회의 양극화를 촉진하고, 결국 유토피아가 아니라 디스토피아(결함 사회)로 떨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다. 리프킨의 주장이 사실화되고 있다 하더라도 젊은이들은 “이 시대에 태어난 불운”이라고 한탄하지 말고 이제부터라도 생각을 바꿔야 한다.

앞서 밝힌 것처럼 대부분 기업은 임시직을 주된 인력으로 채용하고 있다. 조직의 가장 중요하고 핵심적인 기능을 제외한 나머지는 임시직 또는 외주 인력으로 채울 것이다. 따라서 젊은이들은 비정규직을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고, 대신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한 가지 일을 갖고 여러 직장을 옮겨 다닐 수 있다고 생각하자. 그래서 한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 나아가 창업을 통한 1인 기업을 만들어 보자. 그러면 궁극에는 기업을 고객으로 만날 수 있을 것이다. 기업들은 나 같은 외주업체에 일을 줄 것이고 나는 일을 수주하러 다니는 하청업자가 아니라 서비스를 제공하는 원청업자가 될 수 있다. 한 분야에서 최고가 되면 종전과 달리 기업이 스스로 찾아와 일을 주문할 것이다. ‘을’이 아닌 ‘갑’이 되는 것이다.

어차피 비정규직이 대세라면 새로운 추세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필요하다. 비정규직이라고 위축되거나 폄하되지 말고, 한 분야의 1인 기업가가 되겠다고 생각하자. 그리고 준비하자. 현실을 탓하지 말고 생각을 바꾸자. 정규직에 연연하지 말고 비정규직 기회를 활용해 미래의 ‘갑’이 되는 연습을 하자. 정규직으로 한 곳에 머무르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크게 성장할 것이다.

서창수 순천향대 대외협력처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