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뷰] 1,000 넘을듯 넘을듯…감질나는 주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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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9면

최근 종합주가지수가 1, 000선에서 턱걸이를 반복하다 주저앉자 증시 참여자들이 당혹감을 느끼고 있다.

연말 기업들이 사상 최대의 흑자를 낼 것으로 전망되고, 많은 투자자들이 돈을 싸들고 증시로 몰려오고 있는 데도 이상할 정도로 지수는 힘을 내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종목의 극심한 차별화 현상이나 수급불안 등을 원인으로 꼽으며 증시의 기반이 탄탄하지 못한 점을 걱정하고 있다.

◇ 1, 000을 향한 안간힘〓지난달 16일 올들어 두번째로 종합주가지수가 1, 000을 뛰어넘어 1, 007.72로 장을 마감했다. 중국의 세계무역기구(WTO)가입 등이 호재가 돼 외국인과 개인의 '사자' 가 몰렸기 때문.

그러나 다음날 한때 1, 024.09까지 오르며 연중최고치 경신을 목전에 두었던 지수는 결국 40포인트 이상 빠진 967.64로 마감됐다. 외국인들이 순매도로 돌아섰고 기관투자가도 따라가 개인들의 매수세를 꺾어놓았기 때문이다.

장중에 지수 1, 000을 넘었다가 좌절된 것은 지난달 16일 이후 지금까지 모두 일곱번. 지난달 22일 정부측에서 물가불안을 언급하면서 1, 000 돌파가 무산됐고 30일과 1일에도 1, 000의 문턱에서 고배를 마셔야 했다.

특히 지난 2일에는 한국이 파이낸셜 타임스(FT) 세계지수에 편입되지 못할 것이란 소식과 함께 외국인들이 대량매도에 나서 1, 000선을 뚫고 오르던 지수는 960선으로 곤두박질했다.

◇ 왜 못 넘나〓전문가들이 꼽는 가장 큰 이유는 종목 차별화 현상이다. 정보통신 관련주와 대형우량주 중심으로 상승세가 이어지고 나머지 중.소형주는 소외받고 있다는 것이다.

종합주가지수가 오른 날에도 하락종목이 상승종목의 7배에 이르는 기현상이 벌어지고 있다.

LG증권 윤삼위 선임연구원은 "정보통신 등 인기종목들만 보면 사상 최고의 주가다. 하지만 중.소형주는 환란(換亂) 당시 수준까지 퇴보했다" 며 "소외종목들이 함께 힘을 얻어야 1, 000선 안착이 가능하다" 고 말했다.

대우사태가 아직 명쾌하게 해결되지 않았다는 불안심리와 대우 후유증으로 인해 기관투자가들이 매수에 나설 여력이 없다는 점도 1, 000 앞에서 발목을 잡히는 요인. '유상증자와 기업공개로 공급물량이 쏟아지는데 받아주는 세력이 시원치 않아 수급불안이 지속된 것이다.

이밖에 인터넷을 통한 주식거래로 하루에도 20~30번이나 매수.매도의 손을 바꾸는 '데이 트레이딩' 이 성행하고 있는 것도 종목에 누적된 힘을 제공하지 못한 요인. 아울러 기업실적 호전이라는 호재에 못지 않게 물가불안.원화강세 등 만만치 않은 악재들이 도사리고 있는 것도 장애물로 지적됐다.

◇ 무엇이 필요한가〓비교적 오랜기간 지수 1, 000이 계속된 때는 지난 94년. 9월에 1, 000을 넘어선 뒤 95년 1월까지 1, 000 이상을 유지했다.

대우증권 이정호 연구위원은 "94년은 전형적인 실적장세로 삼성전자와 포항제철 등이 주도하고 중.소형주도 따라 올라 지수 1, 000을 향한 시도나 안착 등이 정상적인 모습으로 이뤄졌다" 며 "반면 지금은 규모면에서는 94년보다 훨씬 커졌지만 유동성 장세의 여파가 있고 정보통신 중심으로 산업구조 자체가 변하는 과정에서 이뤄지고 있어 불안한 상태" 라고 말했다.

연말까지는 불안상태로 1, 000돌파 시도와 좌절이 거듭되겠지만 기관투자가의 매수여력이 회복되고 기업의 실적향상이 표면화되는 새 천년에는 안착을 기대해볼 만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견해다.

이를 위해서는 외국인에만 의존하는 요즘 장세에서 벗어나 기관투자가들이 테마별로 순환매수할 수 있게 돼 소외 종목들이 상승세에 가담해야 사상누각을 막고 1, 000에 안착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곽보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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