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세 난민소년 송환놓고 미국·쿠바 외교분쟁 소용돌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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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나는 여기 남고 싶어요. "

미국.쿠바 사이의 외교분쟁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여섯살짜리 쿠바 소년 엘리안 곤살레스. 과연 그의 운명은 어떻게 될까.

지난달 23일 생모.의붓아버지와 함께 보트로 쿠바를 탈출하던 중 난파, 이틀 만에 혼자 구조된 엘리안은 7일 밤(현지시간) 마이애미의 큰 삼촌 집에서 처음으로 직접 언론에 잔류희망을 표시했다.

엘리안은 카메라 앞에서 "여기에 남고 싶으냐" 는 삼촌의 질문에 작은 목소리로 "예" 라고 말했다.

엘리안을 꼭 껴안은 사촌누이는 눈물을 글썽이며 "엘리안의 장래를 봐서라도 미국에 남게 해 달라" 고 호소했다.

하지만 엘리안의 잔류희망은 미국정부의 입장을 곤란하게 만들고 있다.

쿠바와의 외교마찰이 부담스러운 미국은 점차 소년을 돌려보낸다는 입장으로 기울고 있었기 때문. 이날 제임스 폴리 국무부 대변인은 "이른 시일 안에 이민국이 엘리안의 생부인 후안 미겔 곤살레스와 접촉을 갖고, 소년의 처리문제를 상의할 방침" 이라고 밝혔다.

미국의 이같은 입장은 쿠바의 강한 반발을 의식한 것으로 해석된다.

아바나의 미국대표부 앞에는 5만5천명의 쿠바인들이 모여 시위를 벌였고, 카스트로는 5일 "72시간 안에 소년을 돌려보내라" 고 경고했다.

외교마찰도 문제지만 소년을 미국에 남기는데는 법적으로도 논란의 소지가 있다.

미국은 쿠바인들의 불법이주를 막고 있지만 66년 제정된 '쿠바이민조정법' 에는 살아서 미국 해안에 도착한 쿠바인들에게는 자동적으로 거주 권한을 인정하는 예외를 두고 있다.

이 규정에 의해 소년도 미국 거주권을 신청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규정은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아동에 대한 보호권은 부모가 우선적으로 가진다' 는 미국 국내법 및 국제법의 정신과 충돌한다는 문제가 있다.

미국 변호사들과 관리들은 "부모외의 사람이 아이를 보호하려면 그것이 아이에게 최선이라는 것을 증명해야만 한다" 고 말하고 있다.

결국 아버지 옆에서 사랑을 받는 것이 소년에게 나은지, 잘사는 나라 미국에 머무르는 것이 더 나은지를 판단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다.

쿠바에 있는 생부 미겔은 아들의 미국 잔류의사 표명에 "아이가 나와 전화통화를 했을 때는 그런 말이 없었다" 며 "분명 강요에 의한 것" 이라고 반발하고 있다.

아울러 "돌아오면 사랑을 듬뿍 주겠다" 는 약속도 했다.

소년의 송환문제가 협상으로 해결되지 못할 경우 현지 법원인 마이애미 가정법원이 이 문제를 처리하게 된다.

하지만 이 경우도 생부가 미 법원에 출두하는 문제 등 기술적으로 큰 어려움이 있다.

게다가 생부는 "미국 정부가 아들의 송환일정을 확정하지 않는 한 미국을 방문하거나 미국과 접촉할 생각이 없다" 고 버티고 있다.

미국은 미국 내 쿠바인들과 소년의 친척들을 의식해 공식적으로는 쿠바측의 소년송환 요구를 거부하고 있다.

그러면서 23일로 예정된 소년에 대한 이민국의 정식 입국허가 인터뷰 때 이 문제가 매듭지어지기를 기대하고 있다.

이 인터뷰에서 소년 본인의 뜻이 어떻게 확인될 것인가가 소년의 장래를 결정짓는 분수령이 될 것 같다.

이현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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