옐친·장쩌민 정상회담… "미 간섭에 공동대응"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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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베이징〓유상철 특파원]장쩌민(江澤民)중국 국가주석과 보리스 옐친 러시아 대통령은 9일 베이징(北京)에서 양국 정상회담을 갖고 국제사회의 신 간섭주의에 공동 대응해 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양국 정상은 10일 이같은 내용을 골자로 한 5개항의 공동성명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양국 관계에 정통한 외교소식통이 9일 전했다.

신 간섭주의는 '인권이 주권에 우선한다' 는 명분 아래 미국이 국제무대에서 취해온 군사.외교적 방향으로 대표적인 사례가 코소보 사태 개입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이를 냉전 후 유일 초강국이 된 미국의 패권주의적 발상이자 내정간섭이라며 격렬히 비난해 왔다.

특히 러.중의 신 간섭주의 배격 천명은 체첸 사태로 미국과 러시아간에 갈등 양상을 빚고 있는 가운데 이뤄져 국제사회에 비상한 관심을 낳고 있다. 일부에선 미국 패권주의에 대응하는 새로운 공동전선이 형성되는 게 아니냐며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고, 미국측도 향후 파장을 점치는 등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본사가 단독 입수한 양국 정상 공동성명 초안에 따르면 "냉전 이후 국제정세를 분석해볼 때 어떤 국가가 여타 주권국가의 내정.민족 문제에 간섭하려는 새로운 경향이 나타나고 있다" 고 지적, 이에 중.러가 공동 대응해 나갈 것임을 천명했다.

특히 공동성명 초안은 ▶대만.티베트 문제는 중국의 내정 문제며▶체첸 사태는 러시아의 순수 내정 문제라고 못박고, 아울러 외세의 개입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중.러 양국은 또 미국이 아시아 지역에 구축하려는 전역미사일방위(TMD)체제가 동북아 지역에 긴장을 조성하는 것이라는 비난의 목소리도 이번 공동성명에 담을 예정이다.

양국 정상은 공동성명에는 담지 않았으나 우주항공 분야에서의 협력도 약속, 중국의 유인 우주선 발사가 한층 앞당겨질 것이라는 전망을 낳고 있다.

이번 회담에선 또 양국의 서부 국경선 50㎞와 동부 국경선 4천3백㎞에 대한 획정 문제도 논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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