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스코치-金]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 보여주고 싶다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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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체대 스포츠의학 오재근 교수

헬스코치‘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광고 카피가 아니더라도 요즘 노익장을 과시하는 젊은 어르신들이 늘고 있다. 42㎞에 이르는 마라톤 풀코스를 완주하는 것은 흔한 일이 되었고, 65세에 나이와 같은 65㎞에 도전한 한국 어르신이나 하프마라톤에서 우승한 87세의 태국 할아버지, 82세에 철인 3종 경기를 완주한 미국 철인 노인, 86세 미국 할머니 보디빌더 등등의 얘기는 요즘의 청년 약골들을 주눅 들게 한다.

하지만 마라톤과 같은 장시간의 지구성 운동은 아무나 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나이가 들면 마라톤을 완주하기에는 운동 능력이 최고가 되도록 받쳐주는 최대심박수가 올라가지 않고 올라가더라도 혈압이 걱정되는 최대운동 허용범위의 한계가 발생한다. 일반적인 경우라면 나이가 들수록 인체의 대사나 생리기능이 저하되고 이에 따라 체력, 호흡기능, 심장기능, 신장기능, 감각기능 등이 떨어지게 된다. 또한 조직의 허약화로 잘 삐거나 부러지게 될 뿐만 아니라 유연성과 탄력성도 적어져서 기능적인 회복 속도도 늦어지게 된다.

그런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어떤 어르신은 꼬부랑 노인네가 되고 어떤 어르신은 여전히 이팔 청춘처럼 활동할 수 있는 것은 바로 개인차 때문이다. 개인차는 살아온 이력이자 자신에 대한 관리의 산물이다. 경제적인 면이나 사회적인 면에서의 개인차는 간혹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결정되어지는 반면 사람의 체력이나 생리 기능은 꾸준하고 규칙적인 활동에 의해 나이가 증가함에 따라 편차가 커지는 것이 특징이다. 20대 때는 가을 운동회를 위하여 별다른 훈련이나 연습 없이도 경기에 참가해서 좋은 성적을 낼 수 있지만 30대, 40대를 지나 50대부터는 그 편차가 급격히 증가한다. 연구결과에 의하면 나이가 들면서 체력 항목에서 가장 큰 차이를 나타내는 것은 엎드려 팔굽혀 펴기, 제자리 높이뛰기, 윗몸 일으키기, 사이드 스텝, 공 던지기, 폐활량, 악력 등의 순서였는데,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하는 엎드려 팔굽혀 펴기의 경우만 보더라도 20대의 개인차가 100% 정도임에 비해 70대에는 220% 정도이며, 제자리 높이뛰기는 185% 정도의 차이가 나게 된다.

이러한 개인차는 두 가지 면에서 중요한 사실을 시사하고 있다. 하나는 나이가 들수록 일상생활의 활동이 체력과 건강에 직접적으로 반영되기 때문에 운동을 하고 있는 사람과 하고 있지 않고 있는 사람과의 차이가 젊은 사람보다 현저하게 크게 나타난다는 것이다. 따라서 젊을 때의 신체활동은 그 사람의 수명에 그다지 큰 영향을 미치지 않지만 4·50대를 넘어 서면서 부터의 운동은 그 사람의 건강에 직접적인 효과를 가져온다. 그래서 마흔이 지나면서는 일주일에 3일 이상, 하루 1시간 정도하는 규칙적인 운동이 습관화 되어야만 한다.

또 한 가지는 노인일수록 그 연령대의 일반적인 운동량이나 운동 강도에 따라 하는 것이 아니라 개인의 사정을 고려하여 개인의 체력과 건강 상태에 맞게 운동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것이다.

요즘은 운동도 전문가 시대이다. 나이가 들어서 중간 정도 이상의 운동을 하고자 하는 분들이라면, 특히 노인분들이라면 운동시에 나타나는 특별한 이상 반응을 미리 살펴보는 ‘운동부하검사’와 ‘근력검사’를 반드시 받아 보아야 한다. 운동부하검사는 입에 호흡기기를 물고 가슴에 심전도자를 붙이고 팔에 혈압계를 낀 채 걷거나 뛰어서 얼마나 심폐능력이 좋은지 혈압이나 심장 상태에는 이상이 없는지를 체크하는 것이다. 또한 근력검사는 등속성 운동 장비를 이용하여 근육이 발휘할 수 있는 힘과 파워를 측정하는 것이다. 그래야만 운동 중에 갑자기 쓰러지거나 사망하는 사고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자신의 운동능력에 접합한 운동 강도와 운동량을 처방받을 수 있다.

‘개똥밭에 굴러도 이승이 저승보다 낫다’고 한다. 가만히 있기보다는 살아있는 동안은 당장이라도 부지런히 움직여 이왕이면 건강하게 살다 갈 일이다.

한국체육대학교 스포츠의학 오재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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