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플@비즈] SIBAC 참석 경제인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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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9회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총회에 참석한 22명의 자문위원이 한국 및 세계 경제의 전망과 발전방안에 대해 토의하고 있다. [서울=뉴시스]

글로벌 기업의 최고경영자(CEO)들이 참가하는 ‘2009 서울국제경제자문단(SIBAC) 총회’가 29일 서울 한남동 그랜드하얏트호텔에서 열렸다. SIBAC은 2001년 설립된 서울시장의 자문기구다. 이번에 참석한 해외 경제계 인사들에게 한국과 세계 경제 전망을 들어봤다.

고가 일본 노무라증권 회장 “중국만 보지 말라 … 아시아 전체가 기회의 땅”

“전 세계를 둘러봐도 가장 성장할 곳은 역시 아시아다.”

일본 노무라증권의 고가 노부유키(古賀信行·사진) 회장. 그는 아시아 대표 투자은행(IB)의 수장답게 아시아 경제에 대한 낙관론자다. 그는 “아시아는 앞으로도 가장 큰 규모로 성장할 지역”이라며 “글로벌화를 원하는 한국기업이라면 중국만 보지 말고 아시아 전체로 눈을 넓히면 더 많은 기회를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일본경제가 심각한 부진에서 가까스로 벗어나고 있는 것 역시 아시아 경제 덕분이라고 그는 설명했다. 아시아 경제가 확대되면서 관련 기업부터 마이너스 기조에서 탈출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그는 “앞으로도 일본 경제는 아시아 사업을 확대하는 기업이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미국경제에 대해서는 “예상보다는 견조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미국 경제가 금융위기 이전의 호황기로 돌아가긴 상당히 힘들 것이라고 덧붙였다.

최근 한국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일본 내의 분위기도 전했다. “신한은행 일본지점이 연 1.2%의 금리로 엔화예금을 모집하는 걸 보고 일본 사람들이 ‘원화로는 예금할 수 없느냐’는 질문을 하더라”는 것이다. 한국경제가 일본보다 회복이 빠른 데다, 원화가치가 아직 싼 편이라 투자 매력이 있다고 보는 일본인이 많다는 얘기다.

그는 또 지난해 리먼 브러더스 유럽·아시아부문을 인수한 효과가 점차 나오고 있다고 소개했다. 29일 발표된 3분기(7~9월) 실적에서 노무라증권은 시장의 예상치를 크게 웃도는 277억 엔(약 3672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그는 이번에 처음으로 국내보다 해외부문의 실적이 앞섰다는 점을 강조했다. 노무라가 갖지 못했던 해외 부문의 고객 네트워크가 형성되면서 성과를 냈다고 한다. 그는 “지난해 미국의 IB들이 어려워지면서 IB 자체가 작아질 것이란 시각이 있었지만 오히려 인수합병(M&A)과 같은 IB 고유 업무는 더 중요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워커 한국맥쿼리그룹 회장 “한국 V자 회복 예상 해외투자자 몰릴 것”

“앞으로 1년간 더 많은 외국인 투자자가 한국으로 들어올 거다. 한국경제는 V자형 회복을 이어갈 것이다.” 코스피지수가 크게 하락한 날인데도 존 워커(사진) 한국맥쿼리그룹 회장은 한국증시에 대한 낙관론을 펼쳤다. 그가 이렇게 보는 건 한국 주식시장의 디스카운트 요소가 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가장 큰 디스카운트 요인은 주식시장의 투명성이었다”며 “하지만 한국기업들이 국제회계기준(IFRS)에 맞추기 위해 2~3년간 혁신을 해왔기 때문에 이 요소는 없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최근 호주가 기준금리 인상에 나서면서 ‘다음 차례는 한국’이라는 전망이 나온 데 대해, 호주 출신인 그는 다른 의견을 보였다. 그는 “호주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자산 버블에 대한 걱정이 컸지만, 제조업 수출 위주인 한국은 상황이 다르다”며 “한국 정부는 호주와 다르게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애란 기자



엘든 국가경쟁력위 보좌역 “세계 실업난 여전 더블 딥 가능성 커”

“세계경제는 더블 딥(이중침체)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데이비드 엘든(사진) 국가경쟁력강화위원회 특별보좌역은 “경제가 회복되는 신호가 있지만, 그 반대를 보여주는 지표들도 여럿 있다”며 ‘더블 딥’의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그는 “세계 여러 나라에서 주가와 부동산 가격이 급격하게 오르고 있지만, 실업률은 여전히 높고, 경제 성장률은 최저 수준”이라며 “이런 경제상황은 지속가능하지 않다”고 진단했다.

실직자들이 신용카드 대금이나 주택담보대출을 연체하면 금융회사의 부실과 기업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그로 인해 증시에서 자금이 이탈하면서 주가가 떨어지는 ‘나선형 경제 하락 구조’가 될 것이라는 예측이다. 한국이 국제 금융허브로 성장할 가능성에 대해선 “금융허브가 되려면 법률과 비즈니스 환경이 국제 수준이어야 하는데, 한국은 그렇지 못하다”고 쓴소리를 했다.

박현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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