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택씨 퇴진 … 서울 교육수장 공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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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공정택(75·사진) 서울시 교육감이 29일 대법원의 확정판결로 교육감직을 상실하고 물러났다. 대법원1부(주심 이홍훈 대법관)는 이날 억대 차명계좌에 대해 재산신고를 하지 않은 혐의(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등으로 기소된 공 교육감의 상고심에서 벌금 15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2004년 서울시 교육감에 취임(간선)한 뒤 지난해 7월 처음 실시된 주민 직접선거에서 연임에 성공했던 공 교육감이 5년 만에 불명예 퇴진한 것이다.

공석이 된 교육감직은 김경회 부교육감이 권한대행을 맡게 된다. 공직선거법상 ‘재보궐 선거일로부터 임기 만료일까지 남은 기간이 1년 미만이면 선거를 실시하지 않을 수 있다’고 돼 있어, 내년 6월 시·도교육감 선거 때까지 김 부교육감이 잔여 임기를 책임질 것으로 보인다. 공 교육감은 선거관리위원회에서 보전받은 선거비용 등 28억5000여만원도 반환해야 한다.

서울시 교육감은 수도 서울의 교육예산 6조원을 주무르는 ‘교육 소대통령’으로 불린다. 가장 높은 도덕성이 요구되는 교육계 수장이 선거법 위반으로 중도 퇴임해 교육계의 큰 상처가 될 전망이다. 공 교육감이 추진했던 고교선택제(올해 중3 대상 실시)와 학교자율화, 수준별 수업 강화 등의 교육정책은 그대로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고교선택제는 시뮬레이션까지 마쳤고, 자율형 사립고 지정도 마무리돼 추가 현안은 많지 않다”며 “교육행정에 큰 차질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오후 시교육청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공 교육감은 “부득이한 사유로 임기를 마치지 못해 송구스럽고 서울교육에 누를 끼치게 돼 면목이 없고 부끄럽다”고 말했다.

하지만 교육계와 학부모들은 공 교육감이 “끝까지 버티다 평생 쌓은 명예까지 다 잃었다”고 지적했다. 익명을 요구한 서울의 한 고교 교장은 “첫 직선 교육감이 부정선거에 휘말린 것 자체가 교육적으로 문제가 있었다”며 “중도에 사퇴했으면 교육청 직원들이 행정을 하는 데 부담이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공 교육감은 지난해 서울시교육감 선거에서 제자로부터 1억900여만원을 무이자로 빌리고 부인이 관리해 온 4억여원의 차명예금을 재산신고에서 빠뜨린 혐의 등으로 불구속 기소됐다. 1∼2심 재판부는 제자로부터 돈을 빌린 혐의에 대해서는 무죄를 선고했지만, 부인의 차명예금 관리 부분은 유죄를 인정해 당선무효형에 해당하는 벌금 150만원을 선고했다. 공직선거법상 벌금 100만원 이상의 형을 받으면 직을 상실하게 된다. 

이종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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