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 앞 거리가 확 바뀐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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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좁은 보도에 시야를 가로막는 간판 숲. 여기에 보도 곳곳을 점거하고 있는 노점상과 불법 주차 차량들.

서울 대현동 이화여대 앞 거리의 현재 모습이다. 걷기가 짜증스러운 이곳이 내년이면 서울의 대표적인 '걷고 싶은 거리'로 탈바꿈한다.

서울시는 이대입구역(지하철 2호선)~이대 정문~신촌 기차역의 500m 구간에 대해 올 연말까지 환경정비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내년 연말까지 공사를 끝내기로 했다.

이 사업은 서울시.서대문구가 지역 주민 및 이화여대와 민관 협력사업으로 추진한다. 시는 30억원을 들여 이 구간 보도를 확장하고 도로 포장을 새로 하면서 전선을 모두 땅에 묻는 일을 맡는다. 이에 발맞춰 지역 주민들은 도로변 건물 53개 동의 외관을 정비하면서 270여개 입주 점포의 간판을 모두 바꾸는 사업을 벌인다.

시는 10월께 확정할 사업계획안에 간판의 수와 색상 및 부착 위치 등을 규제하고 대학가에 어울리지 않는 숙박업 등의 신규 허가를 금지하는 대신 서점.공연장 등을 낼 땐 인센티브를 주는 내용을 담을 예정이다.

또 사업에 참여하는 건물주와 점포주에게 건폐율.용적률을 완화해 주고 사업비를 지원해 주는 등 각종 혜택을 줄 방침이다.

시는 이미 지역 주민과 이화여대를 상대로 설명회를 열어 사업 추진에 동의를 얻었다.

30년째 이곳에서 장사를 해왔다는 이영준(73)씨는 "지난 6월 지역 상인 전원이 사업 동의서를 냈다"며 "침체된 지역경기가 환경 정비 이후 활성화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시 도시관리과 김효수 과장은 "이번 사업은 민관이 협력해 지역 개발을 하는 모범 사례가 될 것"이라며 "장기적인 안목으로 시민과 상인 모두에게 이익이 되도록 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번 사업 자문위원인 이화여대 강미선 교수는 "이대 앞은 노점상뿐 아니라 온갖 상점이 난립하면서 보행권마저 빼앗긴 게 현실"이라며 "캠퍼스와 자연스러운 조화를 이루는 거리로 조성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은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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