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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수대] 스토킹 살인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6면

미국 추리소설가 스티븐 킹 원작의 영화 '미저리' 는 스토커의 광기(狂氣)를 다루고 있다.

여행 중 눈보라 속에서 조난당한 작가가 우연히 자신의 작품을 탐독하는 여인에 의해 구조된다.

그녀는 작가를 가둬놓고 소설 내용을 자기가 원하는 대로 바꿔줄 것을 요구한다.

영화 '더 팬' 은 프로야구 인기선수에게 집착하는 야구광(狂) 스토커 얘기를 다뤘다.

오래전 국내에서 상영됐던 '컬렉터' '어둠속에 벨이 울릴 때' 에도 스토커가 주인공으로 등장한다.

싫어하는데도 달라붙어 괴롭히는 행위를 영어로 스토킹(stalking), 그같은 행위를 하는 사람을 스토커라고 부른다.

미국엔 20만명 스토커가 있으며, 매년 1백70만명이 스토킹 피해를 보는 것으로 집계돼 있다.

최근엔 PC통신을 이용한 사이버 스토킹까지 등장했다.

지난 89년 여배우 레베카 셰퍼가 남성 스토커에 의해 살해당한 사건을 계기로 90년 캘리포니아주(州)가 스토킹 방지법을 만들었으며, 48개 주에 스토킹 방지법이 마련돼 있다.

심리학적으로 볼 때 스토킹은 대상에 대한 호감을 일종의 소유권으로 착각하는 데서 비롯한다.

대상에 일방적으로 호감을 표시하다가 대상이 이를 받아주지 않으면 공격성으로 변한다.

인기 연예인과 운동선수에 대한 스토킹은 미국에서 큰 사회문제다.

비틀스 멤버였던 존 레넌과 패션 디자이너 지아니 베르사체가 스토커에 의해 목숨을 잃었고, 테니스 선수 모니카 셀레스는 경기 도중 스토커가 휘두른 칼에 상처를 입었다.

프로농구선수 데니스 로드맨, 골퍼 타이거 우즈도 스토킹 피해자다.

스토킹이 사회문제로 대두하고 있다.

지난해 한 남자가수가 11년간 스토커에 시달리다 경찰에 고소한 사건이 있었고, 최근엔 한 여자가수를 4년 동안 따라다닌 스토커가 구속됐다.

연예인뿐 아니라 작가.언론인.만화가도 스토킹 대상이다.

비단 유명인사뿐 아니라 일반인들도 스토킹 피해를 보고 있다.

PC통신을 통해 알게 된 여성이 자신의 요구를 들어주지 않자 그녀 이름으로 '매춘광고' 를 내 망신을 준 사이버 스토킹 사례도 있다.

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20대 여성의 10%가 스토킹을 당한 경험이 있다고 한다.

지난 6일 충북 청원에서 20대 여성을 1년 가까이 따라다니며 결혼해줄 것을 요구하던 30대 스토커가 상대방으로부터 거절당하자 흉기로 살해한 사건이 발생했다.

우리 사회엔 "열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다" 는 식으로 스토킹을 '미화' 하는 분위기가 있다.

하지만 스토킹은 상대방의 인권을 침해하는 중대한 범죄며 심각한 사회문제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스토킹에 대한 대책을 서둘러 마련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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