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과 영화관람·쇼핑 등 업무 무관한 지시는 성희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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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비서에게 정상적인 업무 외의 다른 일을 강요하는 것은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행정법원 행정12부는 2일 모 무역회사 대표이사 홍모(34)씨가 "성희롱 결정을 내린 것은 부당하다"며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원회를 상대로 낸 행정처분 취소 청구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2000년 2월 A씨를 고용한 홍씨는 회사 주요 고객인 일본인 사장이 한국에 오자 A씨에게 저녁식사 때나 차량 이동 시 일본인 사장 옆자리에 앉고 영화관람과 쇼핑을 함께하도록 지시했다.

홍씨는 특히 A씨에게 일본인 사장과 5개월여간 주고받은 사적인 e-메일의 내용을 모두 보고하라고 지시했다.

홍씨는 이어 A씨가 일본인 사장의 청혼을 거절하자 "업무능력이 떨어진다"며 영수증 정리, 바닥.화장실 청소, 커피 심부름 등 허드렛일을 시켰다.

결국 직장을 그만둔 A씨는 여성부 남녀차별개선위에 이 사실을 알렸다. 여성부는 홍씨에 대해서는 "성희롱에 해당한다"는 결정을, 회사 측에는 "1000만원을 배상하라"는 처분을 내렸다.

재판부는 "홍씨는 업무와 고용 등 관계에서 대표이사로서의 지위를 이용해 입사한 지 얼마 안 되는 A씨에게 일본인 남성에 대해 여성으로서의 역할을 하도록 성적인 요구를 하다 불응하자 고용상 불이익을 줬다"며 "이는 남녀차별금지법상 성희롱에 해당하고 손해배상 금액도 적절하다"고 밝혔다.

김현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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