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화계도 사전제작제 도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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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6면

TV 드라마 전작제는 드라마 방영 전에 전편을 완성하는 시스템을 말한다. 전작제를 표방한다고 해도 완벽하게 지켜진 예는 아직 없고 대부분 30% 가량을 미리 만들어놓는 수준이다.

어쨌든 작품의 질을 높이기 위해 방송사에서는 전작제 비중을 점차 늘려가는 추세다. 만화계에서도 '만화 사전제작' 의 사례가 생겨 눈길을 모은다. 10일 창간하는 소년 주간지 '센(Xen)' 이 일부 연재물의 경우 1~2년의 기획과 수정 단계를 거친 후 사전제작을 한 것. 임석남의 '쇼킹 베이스볼' 은 4개월, 최해웅의 '루프' 는 3개월, 박산하의 축구만화 '레드 붐붐' 은 2개월, 유정주.박동현의 '광야' 와 김진의 '푸른 포에닉스' 는 각각 1개월 분량의 원고가 미리 만들어져 있다.

신인 만화가들의 경우 그림체는 좋아도 아이디어를 매주 단위로 생산해야 하는 주간지 체제에 적응하지 못해 원고를 펑크내거나 또는 아예 도중하차하는 일이 많은 것을 감안할 때 이러한 위험성을 상당부분 줄인 셈이다.

'센' 을 발행하는 시공사의 전인호 편집부장은 "기존 만화잡지들을 보면 원고가 펑크나면 땜질용으로 끼워넣는 식으로 제작해 독자들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며 "특히 호흡이 짧은 신인작가들은 출판사와 함께 기획을 검토하고 방향을 잡아 롱런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고 설명했다.

기선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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