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크 걸린 뉴라운드] 누가 이기고 누가 졌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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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5면

WTO각료회의가 결렬되면서 회원국간에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가장 큰 피해자는 이번 회의의 주최국인 미국의 빌 클린턴 대통령과 샬린 바셰프스키 무역대표다.

이들은 세계 무역자유화를 위한 뉴라운드 출범이 세계경제에 도움이 된다고 주장하며 대부분의 현안을 주도하려했다. 물론 속내는 미국의 이익챙기기기였다. 하지만 거듭된 무리수로 결국은 아무것도 얻지 못했다.

클린턴 대통령은 WTO가 노동기준을 만들어야하고 이를 지키지 않는 국가는 무역제재를 받아야 한다고 제안, 개발도상국들의 거센 반발을 초래했다. 또 바셰프스키 미무역대표는 각료회의 의장으로서 회의결렬의 책임을 져야하는 것은 물론 회의진행을 독단적으로 끌었다는 다른 각료들의 불만까지 들어야 했다.

선진 공업국가들도 피해자다. 이들은 뉴라운드가 출범하면 공산품과 서비스 수출이 촉진될 것으로 기대했다. 이 때문에 호주를 비롯한 일부 국가들은 이번 회담 결과를 '결렬' 로 보지 않고 '유예' 로 애써 묘사하기도 한다.

반면 이득을 본 쪽은 개발도상국들이다. 이들 국가들은 뉴라운드의 출범을 지연시킴으로써 장차 협상과정에서 더 큰 역할을 다짐받았다. 개도국들은 이번회담을 주도한 선진국들에 반대, 그간 협상 과정에서 자신들의 목소리를 낼 기회가 적었다고 불평했었다. 회원국을 제외한다면 가장 큰 승자는 대규모 항의 시위를 주도한 환경.노동.인권 단체와 같은 비정부기구(NGO)들이다.NGO대표들은 폭력사용에 대한 비판도 받았지만 항의 시위를 통해 "민주주의와 지구촌 사람들 그리고 환경을 위한 놀라운 승리' 를 일궈냈다" 고 자평했다.

하지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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