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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오는 둥젠화 홍콩 행정장관] "한국과 돈벌 일 찾겠다"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홍콩 로우앨버트로드 정부청사 중앙건물 5층. 인구 6백50만명의 국제관광.금융 중심도시 홍콩 정부대표 둥젠화(董建華.62)행정장관의 집무실을 3일 방문했다.

집무실밖은 삼엄한 경비원 대신 1천여명의 시위대로 어수선했다. 이들의 고함과 야유로 집무실까지 시끄러웠다. 董행정장관은 7일 우리 외무장관 초청으로 1박2일간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 시애틀(경찰이 시위대를 거칠게 진압한 것을 비유)과는 분위기가 크게 다르네요.

"(큰 소리로 웃으며)이게 홍콩입니다. 저 사람들이 법을 어기지 않는 한 강제 해산은 불법입니다. 참을 수밖에 없습니다. "

-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지난번 홍콩방문 때 董행정장관을 '대단한 분' 이라고 높이 평가하는 걸 들었습니다.

"金대통령은 비범한 분입니다. 매우 강한 인상을 받았어요. 이번 한국방문길에 金대통령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된 것이 가장 기쁜 일입니다. 좋은 기회가 될 것으로 생각합니다. "

- 한국은 이번이 초행인가요.

"사업가로는 여러번 갔었죠. 오래 전 얘깁니다. 그러나 행정장관으로서는 처음이에요. "

- 한국방문 목적은 무엇입니까.

"한국과 홍콩은 지난 2년반 동안 아시아 금융위기로 함께 고통을 겪은 처지죠. 지난 상처를 서로 어루만져주고, 다시는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그간의 경험을 나누는 일이 첫째입니다. 나는 한국이 강하게 일어서고 있음을, 그 굉음을 바로 옆에서 일어나는 일처럼 듣고 있습니다. 그것을 직접 눈으로 보고싶습니다. "

- 구체적으로 말씀해 주시죠.

"3백50개 한국기업이 홍콩에 있습니다. 그리고 매일 수천명의 한국인들이 홍콩 거리를 지나갑니다. 해마다 40만명이 넘는 관광객들이 한국과 홍콩을 오갑니다. 한국과 홍콩은 옆집 이웃입니다. 이런 사이에 왜 할 일이 없겠습니까. 우선 양측간 비즈니스를 늘리기 위한 협상 테이블을 당장 설치하겠습니다. 함께 돈을 벌 수 있는 방안을 진지하게 찾아보겠습니다. 그 첫 단추만 제대로 끼워도 이번 방한은 성공입니다. "

- 최근 미국 헤리티지 재단이 전세계 국가의 경제자유도를 평가하면서 홍콩을 1위로 올렸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홍콩의 장래에 부담을 느끼는 시각들이 있습니다.

"헤리티지 재단의 평가는 우리에게 큰 기쁨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좋다는 평가에 안주하지 않습니다. 앞으로 어려워질 부분들을 미리 짚는 것이 정부가 할 일입니다. 홍콩은 '최악의 고비' 를 막 빠져나왔습니다. 올해 3분기 성장률이 4.5%로 올라선 것이 그 증거죠. 그러나 위험은 여전합니다. 세계 경제는 한치의 낙관도 허락지 않습니다. 홍콩이 기술혁신.사이버포트 건설에 나서면서 기술과 무역을 새 천년의 목표로 잡은 것도 이 때문입니다. 금융과 관광에만 안주할 시기는 지났습니다. "

- 홍콩은 고비용이 문제란 말을 듣습니다. 비용 때문에 기업들이 싱가포르로 아시아 본부를 옮기고 있다는 얘기도 들립니다.

"나도 한때 사업가였어요. 사업가들은 물론 비용을 중시하죠. 그러나 비용이 유일한 고려사항은 아닙니다. 기업가가 사업장소를 선택할 때는 '법치가 제대로 되고 있는가' '정부 투명도는 어떤가' '국내외 기업간 차별은 없나' '돈 벌 기회는 어느 정도인가' '시장의 폐쇄는 없나' 등을 따져봅니다. 예를 들어 뉴욕은 매우 비싸잖아요. 그러나 이웃 뉴저지에서 일하겠다는 사업가는 별로 없습니다. 런던도 비싸고, 도쿄(東京)도 비쌉니다. 그러나 사람들은 여전히 런던과 도쿄에서 일합니다. 기업가들이 같은 이유로 홍콩을 선택할 수 있다고 나는 생각합니다. "

- 홍콩의 급속한 중국화, 정부관리의 폐쇄화에 대한 우려도 들립니다. 민감한 부분에 대한 홍콩언론들의 천편일률적 보도자세도 문제라는 지적도 있구요.

"실상은 그 반대예요. 우리는 더 개방적이고 더 신속합니다. 최근 갤럽조사를 봤나요. 97%의 홍콩인들이 홍콩에 언론자유와 종교자유가 보장돼 있다고 평가했습니다. 우리는 이 점에 관해 큰 긍지를 느낍니다. "

- 21세기는 중국의 세기가 될 것이라는 견해가 많습니다.

"그 비전에 동의합니다. 중국인으로서 중국이 슈퍼파워로 성장한다면 더없이 기쁜 일이죠. 그러나 당장 중국이 할 일은 인민들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일입니다. 중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여전히 개도국 수준이거든요. "

- 북한 영사관이 곧 설치되는데, 남북한 영사관이 함께 있게 되는 데 따른 특별 고려사항이 있습니까.

"북한 영사들도 영사에게 기대되는 책임을 다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는 다른 영사관과 똑같이 그들을 대우할 것입니다. "

- 지난 2년반 동안 가장 어려웠던 일은 무엇이었습니까.

"임기 내내 나는 늘 도전을 즐겨왔고 매일매일의 일을 사랑해 왔어요. 때로 어려움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고 걱정거리도 많았지만 그러나 이런 것들을 극복하면서 행복함을 느끼고 있습니다. "

- 아는 한국 노래가 있나요.

"아리랑을 알아요. (아리랑 한 소절 부른 뒤) 둘째 안사돈이 한국분이어서 한국에는 각별한 관심을 갖고 있습니다. "

홍콩〓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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