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수사 남은 숙제] 외압설·축소수사 여전히 미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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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김태정(金泰政)전 검찰총장 구속을 전환점으로 거의 1년 동안 사회 전체를 혼란 속으로 몰아넣었던 옷 로비 사건이 서서히 종착역을 향하고 있다.

특검팀도 오는 12일 그간의 수사결과를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옷 로비에 관해선 이미 개략적인 실체가 드러났다. '실패한 로비' 였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사건은 진행 과정에서 주요 문건들의 유출과 위증이라는 또다른 문제들이 불거지면서 본질이 달라진 측면도 있다. 앞으로 검찰 수사에서 밝혀야 할 내용들을 정리한다.

◇ 최초 보고서 추정 문건〓金전총장이 올 1월 20일께 부인 연정희(延貞姬)씨에게 건네줘 다시 강인덕(康仁德)전 통일부장관 부인 배정숙(裵貞淑)씨에게 전달됐던 사직동팀 최초 보고서 추정 문건의 출처가 아직 미궁속에 있다.

金전총장은 검찰 조사에서 "사직동팀 것은 아닌데 기억이 안난다" 는 진술로 일관했다. 박주선(朴柱宣)전 청와대 법무비서관과 사직동팀장인 최광식(崔光植)총경도 검찰에서 "우리 것이 아니다" 고 부인했다.

검찰은 이 문건의 출처가 밝혀지지 않으면 국민이 수사 결과를 수용하지 않을 것으로 보고 강도높게 추궁 중이다. 검찰은 아직도 사직동팀에서 작성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만일 金전총장이 이 문건을 국정원이나 경찰청 등 또다른 기관을 통해 사적으로 받았다고 해도 그 역시 정보의 사유화 논란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 외압설과 또다른 로비〓金전총장이 "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을 구속할 때 거절하기 어려운 압력을 받았다" 고 밝힌 데서 출발한 의혹이다. 신동아측이 崔회장 구속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로비를 벌여온 사실과 얽히면서 "崔회장을 살리려고 뛴 게 누구냐" 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권력 실세 중 누군가 신동아로부터 거액을 받고 로비를 했을 것이란 추론 때문이다.

金전총장은 이 부분에 대해서도 검찰에서 일절 진술하지 않았다. 검찰은 난감해 하고 있다. 만일 崔회장이 검찰 수사가 종결된 뒤 로비 대상을 공개해 버리면 "수사가 엉터리였다" 는 비난이 쏟아질 게 뻔하기 때문이다. 검찰은 "과거 수사기록을 뒤지고 있지만 아직 성과가 없다" 고 말했다.

◇ 위증.검찰의 축소 의혹〓국회가 金전총장 부인 延씨와 라스포사 사장 정일순(鄭日順)씨, 康전장관 부인 裵씨를 위증 혐의로 고발했기 때문에 검찰이 어떤 식으로든 마무리지어야 한다.

대검 중수부가 벌일 위증 확인은 결국 지난 5월말 서울지검이 했던 수사가 허점투성이였음을 입증하는 과정이다. 당시 서울지검의 수사 결과는 사직동팀 최종 보고서와 일치한다.

따라서 "사직동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내용을 뒤집지 않기 위해 검찰에서 축소 수사를 한 게 아니냐" 는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대검의 위증 수사는 역으로 당시 수사 책임자들에 대한 '책임 묻기' 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 사직동팀 내사 착수 시점〓延씨는 올 1월 8일께 호피무늬 반코트를 라스포사에 되돌려줬다. 따라서 사직동팀의 내사 착수 사실을 미리 알고 옷을 돌려준 게 아니냐는 의혹이다.

사직동팀 공식 조사는 1월 15일 시작됐지만 내사는 그 전에 시작됐을 가능성도 있다. 신동아그룹과 배정숙씨측도 계속 "1월 8일께 사직동팀에서 찾아왔었다" 고 주장하고 있다.

만일 延씨가 미리 귀띔을 받고 옷을 반납했다면 사직동팀 관련자들은 정보 누출에 따른 법적 책임을 면키 어렵게 된다.

김종혁.최현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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